경주시의 건설현장 안전 불감증으로 주민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경주시는 현장도면상 안전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그러나 법과 책임 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건설현장 위험구간은 반드시 주민의 안전을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들먹이는 경주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도면상 안전시설 설치의무가 없다고 해서 주민의 안전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것도 야간 보행자들을 위해선 안전시설 설치가 필수다. 경주시의 방관으로 인해 주민이 10개월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경주시는 ‘안전시설 설치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주민의 피해를 무시한다면 행정의 존재가 필요 없는 것이다.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주민의 안녕과 행복 추구를 위해서다. 주민이 위험에 노출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장애물을 행정이 제거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 행정은 법과 의무만 논할 것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악재차단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면 ‘의무가 없다’기 보다는 면밀히 살피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해야 한다. 책임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로 회피해선 안 된다. 녹봉을 받는 공무원의 자세는 더욱더 그래선 안 된다.
설사 안전이 확보된 건설현장 이라도 그 현장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됐다면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사후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경주시의 무책임한 대응은 또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경주시 건설과 담당 팀장이 사고 취재를 하는 본지 기자에게 언성을 높이며 “경주시 관리감독 부재 쪽으로 글을 쓸 경우 적극 방어 하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에 들어간 기자에게 협박성 발언이나 하는 공무원이 경주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니 기가 찬다.
이런 공무원이 과연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봉사할 정신으로 무장됐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 시민 봉사정신이 극히 낮아 보인다. 공사현장에 안전시설 미설치로 주민이 중상을 입은 상황인데도 법과 의무 운운하며 기자에게 ‘글 똑바로 써라’는 식으로 협박성 발언을 한다니 시공업체 측과의 결탁도 의심되는 대목이다. 제 정신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사고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도면상 안전시설 설치 의무는 없지만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이라도 표해야 마땅하다. 특히 건설현장은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백번 천 번의 안전을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건설현장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주민이 중상을 입었건만 담당 공무원은 ‘책임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경주시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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