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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처녀의 사랑이야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4일(월) 14:43

신라에는 매년 2월이 되면 초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서울 안 남녀들이 다투어 흥륜사(興輪寺)의 전각과 탑을 돌며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삼국유사]의 기록에는 ‘원성왕때 김현(金現)이라는 화랑이 밤이 깊었는데도 혼자 쉬지 않고 탑을 돌더니, 한 처녀가 염불을 하면서 따라 돌다가 서로 감정이 통하여 눈을 주게되어 탑돌이를 마치고 그는 처녀를 끌고 으슥한곳으로 들어가 관계하였다.

 처녀가 돌아가려 하매 김현이뒤를 따르니 처녀가 거절하는 것을 억지로 따라갔다. 서산 기슭에 와서 한 초막으로 들어가니 웬 노파가 있다가 처녀에게 묻기를, ‘따라온 사람이 누구냐?’ 고 하였다. 처녀가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더니 노파가 말하기를,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없는 것만 못하구나! 그러나 저지른 일을 말린 듯 무엇하랴. 몰래 숨기기야 하겠지만 너의 형과 아우가 사나운 것이 염려된다.’고 하고 김현을 안으로 들여 숨겼다.

 조금 있다가 호랑이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와서 사람의 말로 말하기를, ‘집안에 누린내가 나니 요기하기 좋겠구나!’라고 하였다. 노파가 처녀와 함께 나무라기를, ‘네 코가 어떻게 되었구나. 무슨 미친소리냐?’고 하였다. 이때 하늘에서 소리치기를 ‘너희들이 사람의 생명을 해치기 좋아함이 매우 심하니 마땅히 한 놈을 죽여 악행을 징계해야하겠다? 고 하니, 세 호랑이 모두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처녀가 말하기를, 세 오라버니가 만일 멀리피하여 자진하여 회개한다면 제가 대신 그 벌을 받지요’ 라고 하니 모두 좋아서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치면서 달아났다. 처녀가 들어와 김현에게 말하기를, ‘처음에는 제가 당신이 저희 족속에서 오시는 것이 부끄러웠으므로 못 오시게 거절하였지만 이제는 이미감출 것이 없으니 감히 속에 먹은 마음을 털어놓겠습니다. 설사 제가 서방님과 비록 유(類)는 다르나 하룻밤 즐거운 자리를 같이했으니 그 의리는 돌띠맺음만큼이나 소중한 것입니다.

 처녀는 세 오라버니들의 죄악을 대신하여 죽음으로 벌을 받고자 함에 이왕 죽음을 맞이할 것이므로 김현을 출세시킨 다음 죽음을 맞이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처녀는 사나운 호랑이가 되어 도성 안에 들어와 심하게 날뛰어 아무도 감당할 수 없었다. 원성왕이 이 말을 듣고 명령하기를, ‘범을 잡는 자는 2급 벼슬을 주리라!’고 하니 김현이 대궐로 들어가 아뢰길, ‘소신이 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여 벼슬을 먼저 주어 그를 격려하였다.

 김현이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숲속에 들어갔더니 호랑이가 처녀로 변하여 반가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오늘 내 손톱에 할퀴어 상한 사람들은 모두 흥륜사의 간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팔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입니다’하고는 곧 김현의 칼을뽑아서 제 손으로 목을 찌르고 쓰러지더니 바로 범이었다.

 김현이 숲에서 나와 소리쳐 말하기를, ‘지금 여기에서 호랑이를 잡았다’고 말한 후 그 사정은 누설하지 않고 호랑이 처녀의 말대로 상한 사람들을 치료하니 상처가 모두 나았다.이후 김현은 서천(西川)가에 절을 세워 이름을 호원사(虎願寺)라 이름 짖고 [범망경]을 강설하여 호랑이 처녀의 명복을 빌었다. 김현은 호랑이가 자신을 희생하여 그를 성공시킨 은혜를 갚고자 절을 세웠다. 김현은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이 일을 그대로 적어 기록을 만드니 세상에는 그때서야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그 기록을 [논호림(論虎林)]이라고 하고 지금까지 일컬어져 오고 있다.

 일연스님은 [삼국유사]에서 말하기를 ‘김현의 호랑이는 마지못하여 사람을 상하게 하였으나, 좋은 약방문으로 잘 가르쳐 사람을 구원하였다. 짐승으로서도 어진 품이 저와 같은데, 지금은 사람이기는 하나 짐승만도 못한 자가 있으니 무슨 까닭일까? 사건의 시말을 자세히 살펴보건대 탑돌이를 하던 중에 사람을 감동시켰으며 하늘이 죄악을 징벌하겠다고 외치자 자신이 대신 받겠다고 하였다.

 또한 용한 약방문으로 사람을 구원하였으며 절을 세우고 부처님의 계명을 강론한 것은 짐승의 성질이 어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현이 탑돌이에 정성을 들인 데에 부처님의 뜻이 감응되어 그 음덕에 보답하려 한 것이니 김현이 복을 받았음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였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주는 것 없이미운사람’이 있을 것이고, 주기만 하면서도 돌려받지 못해도 섭섭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매번 받기만 하고 그 고마움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람도 우리에게는 늘 있는 것이 세상살이 인 것 같다.

 짐승이면서도 어진 마음을 가진 호랑이 처녀처럼, 또 그 호랑이를 감동시킨 김현처럼 의리와 은혜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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