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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락당과 옥산서원의 경관문화적 가치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4일(월) 14:47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이 만년에 공부하며 기거하던 독락당과 선생의 사후에 만들어진 옥산서원은 전통건축의 수법이 뛰어날 뿐 만 아니라 그 주변은 조경 경관적 측면에서의 가치가 높아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 (WHC)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신청한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서원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하였다.

 등재가 확실시되는 9개의 서원은 풍기군수 주세붕이 중종 38년(1543)에 ‘백운동서원’이라는 명칭으로 건립한 조선 첫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이며, 5곳이 경북과 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이언적 선생을 배향한 경주의 옥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며,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옥산(玉山)은 화개산을 주산으로 자옥산과 도덕산이 둘러싸는 가운데 자계(紫溪)가 굽이치고있으며, 신라 때부터 옥천(玉川)이라고 부르던 곳에 여주(驪州) 혹은 여강 이씨(驪江 李氏) 이언적 선생이 입거하면서 옥산이라고 개명하여 오늘날까지 부르고 있다. 이언적 선생(1491∼1553)은 사화당쟁을 계기로 이곳 옥산리에 낙향하여 중종 27년(1532) 자계변에 독락당(獨樂堂)을 축조하여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등 수 많은 문헌들을 저술하는 등 성리학의 발달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옥산서원은 회재 선생 사후에 경주부윤 이제민과 지방유림들에 의해 독락당에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현재의 장소에 선조 5년(1572)에 건립되었으며, 사적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옥산서원에서 특이한 점은 외삼문과 무변루사이에 자계에서 끌어들인 수로가 도입되고 있는데,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톡한 수경연출기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강학공간 전면에 학자수인 수 백년 수령의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회재 선생은 옥산정사 독락당에서 기거하면서주변의 네 군데 산에 이름을 붙이고, 옥계천 중특히 경관이 수려한 다섯 군데에 뜻있는 이름을 붙이니 이른바 사산오대(四山五臺)라 한다. 사산(四山)이란 독락당과 옥산서원 주변의 산들로서 동쪽에 위치한 산을 어래산(魚來山) 또는 어린산(魚鱗山)이라 했으나 뒤에 화개산(華蓋山)이라고 개명하였다. 또 서쪽 산을 자옥산(紫玉山)이라 하였고, 남쪽 산은 무릉산(武陵山)이라 부르다가 무학산(舞鶴山)이라 개명하였으며, 북쪽의 득덕산(得德山)을 도덕산(道德山)으로 개명하였다. 이렇게 화개산, 자옥산, 무학산, 도덕산을 사산(四山)이라 하였다.오대(五臺)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이루는 5곳에 의미를 부여하여 세심대(洗心臺), 관어대(觀魚臺), 탁영대(濯纓臺;갓끈 씻는 곳), 징심대(澄心臺), 영귀대(詠歸臺) 등의 이름 붙였다. 이렇게 회재 선생은 옥산의 사산오대(四山五臺)라고 명명하고 자연을 벗삼아 수양과 학문으로 여생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서원 앞에 있는 수림 사이로 흐르는 계류를 자계(紫溪) 또는 옥계(玉溪)라고 하는데 계곡의 양쪽을 연결하는 외나무다리가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절벽에서 외나무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자연폭포를 용추(龍湫)라고 부른다. 폭포의 서쪽 암벽에 이황선생의 자필이라고 전해지는 󰡐용추(龍湫)󰡑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담장 바깥의 북쪽에는 큰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이것도 서원에 식재되는 학자수(學者樹)라고 볼 수 있다.

 독락당(獨樂堂)은 회재 선생이 자신의 은거생활을 위해 조성한 별당이자 서재였던 사랑채로 옥산서원에서 북쪽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계곡가에 위치해 있으며, 보물 413호로 지정되어 있다. 독락당의 마당 옆 동쪽에는 기와를 얹은 흙담이 있는데 이 담장에는 사각형의 창(살창)을만들어 놓았다. 독락당 대청마루에서 판문을 열면 가만히 앉아서 살창 너머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경관기법이다.

 낮에는 맑은 시냇물과 아름다운 기암을 보고밤에는 개울의 물소리와 여울에 부서지는 달빛을 감상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공간을 직접 연결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있으며, 일종의 차경(借景)수법을 도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독락당 뒤쪽 후원에는 회재 선생이 심었다고 전해오는 수령 약500년 정도의 중국주엽나무(조각자나무)가 천연기념물 115호로 지정되어 있다. 독락당의 계곡 쪽에는 계정(溪亭)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정자가 있는데 계곡을 중심으로한 주변의 사계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다. 계정에는 많은 시인 묵객들이 거쳐 가면서 자연을 노래하고 감상한 글들이 적혀 있다.

 독락당과 옥산서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동화되도록 한 전통조경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독락당과 옥산서원은 많은 세월이 지난 현재에도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경관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조경유적지 중의 하나이다. 경주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문화유산이 탄생될 날을 기다려 본다.

최재영 신경주지역개발(주)대표이사/조경학박사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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