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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장대 배롱나무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23일(월) 15:01

 

ⓒ 황성신문
형산강 본류인 서천과 북천이 합류하는 예기청소(藝妓靑沼)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는 금장대(金藏臺)가 경주의 관광명소가 되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예로부터 경주에는 3가지의 기이한 것과 8가지의 괴이한 현상이 있어 이것을 사람들은 삼기팔괴(三奇八怪)’라고 불렀다. 금장대 주변이 경치가 매우 빼어나 경주의 하늘을 지나가는 기러기들이 쉬어 간다고 하여 팔괴(八怪) 가운데 하나인 금장낙안(金藏落雁)’이라 불리워지던 곳이기도 하다.

금장대 절벽 아래의 예기청소에는 신라시대 자비왕 때 을화라는 기생이 왕과 연희를 즐기는 도중 실수로 빠져 죽었다는 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설화가 전해 오는 곳이다. 검푸른 청소(淸沼)는 깊이가 깊어서 실타래 하나의 실이 모두 풀어져 들어간다고 하며, 예전에 아이들이 많이 빠져죽어 애기청소라고도 불린다.

강바닥에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어 이곳에 이무기가 살고 있다고 전해오며,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서라벌을 휘감아 흘러온 물들이 한 곳에 모여 물돌이를 하는 이곳은 김동리의 단편소설인무녀도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금장대 주변은 빼어난 경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적이 같이 공존하는 곳이다. 금장대가 위치하는 구릉 전체는 고분군이며, 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최초의 기록이자 예술작품인 암각화가 있으며, 화랑들이 수련을 하던 곳이기도 하였다. 임진왜란 때는 경주읍성을 탈환하기 위한 서천 전투의 지휘 본부가 있었고, 그 이후에는 시인묵객들의 필수여행지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서천의 예기청소 절벽 위에 금장대가 있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었고 세월과 함께 잊혀져 가고 있던 곳을 시민들의 복원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요구로 2012년에 오늘날의 금장대가 다시 제 모습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의 지형과 풍광이 빼어나고 범상치 않은 기운을 지니고 있는 금장대는 다양한 문화적인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여기에 금장대를 보호하며 경관가치를 북돋워주는 하나의 요소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금장대 절벽 바위 틈사이에 자라는 배롱나무 군락이다. 나무의 나이는 꽤 오래 되었지만 생육환경이 나빠서 크게 자라지도 못하고 수분을 간직하지 못해 꽃도 제대로 피지 못했는데 올 여름에 비가 간간히 와서 최근에 꽃이 잘 피어서 장관을 이루다가 서서히 시들고 있다.

금장대 복원을 즈음해서 필자가 나무조사를 하던 중에 절벽에 배롱나무 군락을 발견하고 모 일간지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는 칡덩굴이 절벽을 모두 덮어서 배롱나무가 있는 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시 산림과 모과장에게 금장대 칡덩굴을 제거해 주면 배롱나무가 꽃을 제대로 피워 장관을 이룰 수 있다고 부탁을 했더니 위험한 절벽인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제거 작업을 하였다. 그 덕택에 지금의 아름다운 배롱나무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금장대 건너편 강변도로에서 보면 절벽에 붉그스럼하게 피어있는 배롱나무 군락 북쪽에서 다시 칡덩굴이 덮쳐오고 있다. 그래서 현재에도 절벽에 반 정도 밖에 꽃이 피지 못한 실정이다. 시 해당부서에서 한번 더 칡덩굴을 제거해 주고 영양분만 공급해 주면 금장대 절벽에는 앞으로 여름 내내 배롱나무 군락의 붉은 꽃무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머지않아 배롱나무 군락이 정상적으로 생육을 하고 절벽 전체에 가득 꽃을 피운다면 지방기념물이나 천연기념물로 등재 신청이 가능하다고 보며, 그러면 경주에 또 하나의 생태관광자원이 탄생할 것으로 본다.

문화유적과 더불어 절벽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배롱나무는 꽃이 별로 없는 여름철에 몇 달씩 더위와 장마를 이기며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나무로 흔히 나무백일홍(木百日紅)으로 부르고 있다. 꽃이 피면 100일 이상 간다는 연유로 이름 지어진 꽃나무이다. 사람들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여 열흘 이상 피는 붉은 꽃은 없다고 하지만 배롱나무의 꽃은 100일 이상을 가니 이 말도 무색하다.

배롱나무는 한자이름으로 목백일홍 또는 자미화(紫薇花), 백양수(伯痒樹), 만당홍(滿堂紅) 등의 이름이 있다. 나무의 두꺼운 껍질이 없고 속살처럼 보여서 만지면 간지럼을 탈 것 같아서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렀다.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옛날 중국에서는 배롱나무를 모든 관아(官衙)의 뜰에 심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사찰이나 향교에 많이 심었고, 사대부 집안의 글 공부방이나 사랑채 앞뜰에도 심었으며, 오래된 정자 옆이나 묘지 부근에도 많이 심었다.

형산강의 넓은 강변과 푸른 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금장대의 절경에 반하여 날아가던 기러기가 앉았던 옛 자리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이제 시민들에게는 여름철 피서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시가지와 강변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주변의 문화유적인 암각화나 금장대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절벽의 배롱나무 군락지를 잘 관리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하나 더 보태야 할 것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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