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1천700만의 누적관객으로 국내영 화사상 역대 1위의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영화 속 이순신 장군의 어록 또한 부도덕한 현 세태와 맞 물려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그의 아들 회와 나눈 대화가 그 중 하나다.
아들 회가 “이겨도 임금은 아버지를 버릴 텐데 왜 싸우시는 겁니까”라고 하자, 이순신은 “의리 (義理)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 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 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 이지”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장수는 임금이 아닌 나라의 주인 인 ‘백성’을 위한 충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 나아가 참된 ‘역할’에 대한 중요성의 논의는 유명한 공자의 일화에서도 거론된다.
제 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 를 잘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 (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우 면 된다’는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모 든 일이 바르게 돌아갈 것이라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사회의 실상은 벌써 많이 틀어져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역할에 따른 배려보다는 자신의 이기를 위한 갑질, 도덕과 양심 보다는 법의 기준만 따르는 죄 의식 없는 사회가 요즘 세상에는 성공하는 사람 의 롤모델처럼 자기계발서와 커뮤니티 등을 통 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용하고 바보 취급까지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바른 역할에 충실하는 것. 정말 쉬운 법칙이지만 사람들이 그 법칙을 지 키지 않으면서 사회적 불신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작가(따뜻한 하루)는 ‘진 정한 낮아짐’이라는 편지 글을 통해 그들이 ‘착 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백성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왕이니,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인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 각하는 착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회사의 사장, 정치인, 종교 인, 한 집안의 가장도, 자식도 모두 마찬가지.
사장도 직원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고 정 치인도 국민이 뽑아줘야만 배지를 달 수 있는 것 이다. 가장도 가족이 있어야만 존재하고, 자식도 부모가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본분을 잊 었기에 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높은 위치일수록 역할은 군림이 아닌 존중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그 역할에만 충실 한다면 모든 일은 잘 될 것이 라고 이야기한다.
즉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세 상을 대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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