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칼럼
전체기사
뉴스 > 칼럼
과잉충성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03일(월) 10:06
진나라 재상인 조고(趙高)는 숙청을 통해 실권을 잡았다. 그는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고 말이라고 했다. 황제가 좌우의 신하에게 말인지 사슴인지를 물었다.

조고에게 아부하느라고 말이라고 대답한 신하가 있었으며, 사슴이라고 직언한 자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했던 신하들을 뒤에 누명을 씌워 모두 죽여 버렸다. 그 후론 아무도 조고에 대어드는 반대자가 없었다. 비(非)를 이(理)로 억지 부린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이다.

또 한 이야기는 옛날 어느 외진 시골에서 시집가지 않은 처녀가 아이를 낳게 되었다. 부모는 집안 창피라며 펄쩍 뛰면서 상대방 남자가 누군가를 추궁하자, 딸은 뒷 절의 스님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마을사람들이 평소에 받들어 모시는 스님이라고 하면 자기가 저지른 실수가 그만큼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대답을 한 것이다.

딸이 아이를 낳자 부모는 뒷 절에 찾아가 갖은 욕설을 퍼붓고 네가 만든 아이니 네가 기르라고 갓난아이를 내동댕이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스님은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면서도 변명을 하지 않고 그 갓난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웠다. 일 년 후 처녀에게 아이를 배게 하고 떠났던 남자가 돌아와 뒷 절을 찾아가 스님에게 깊이 사과하고 성장한 아기를 받아 가지고 돌아갔다.

그 후 마을사람들이 그 스님의 높은 덕을 더욱 숭앙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는 억울한 누명은 언젠가는 풀리고 만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경주시청의 한 공무원(7급)이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경주지역에 폭설이 내려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면서 제설작업을 전화로 독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가 ‘아니라’고 번복했다.

마우나오션 리조트 직원이 그런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경찰의 재차 조사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윗사람의 지시가 있었는지 본인 스스로가 거짓말을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일로 경주시 공직자들에 대한 자질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아부 아첨이란 나쁜 줄 알면서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선 마약과 같은 효험이 있는 것이다.

낚시터에 방뇨를 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모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한때 유행어가 됐다. 아부 아첨도 도를 지나치면 그야말로 과잉충성이 된다. 이번 경주시청 공무원의 경찰 거짓 진술이 과잉충성에서 나왔다면 공직사회가 각성해야 한다.

충성이란 떠들썩하게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생색안나게 묵묵히 하는 것이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