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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존인비(車尊人卑)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17일(월)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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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냐, 자동차가 먼저냐’ 하고 누가 묻는다면 ‘세상에 그런 질문도 있느냐’고 어리석음을 면박부터 줄 것이다. 그래도 대답을 요구한다면, ‘물론 사람이지’라고 누구나 말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사람보다 자동차가 먼저라는 것을 우리는 늘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차량이 붐비는 도심(都心)에서 신호등 없는 건널목을 행인이 건너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차가 덜 다니는 변두리에서도 행인은 중앙선상(中央線上)에 기다려 차부터 보내기가 일쑤다.
때로는 운전자가 행인더러 먼저 가라고 손짓해도 오히려 행인은 차 먼저 가라고 마주 손짓을 한다. 이런 풍경들은 사람이 결코 차보다 위가 아니라는 산 증거다.
남존여비(男尊女卑), 관존민비(官尊民卑) 아닌 차존인비(車尊人卑)라고 할까. 행인들은 길에서 차를 만났을 때 으레 차부터 먼저 보내는 것이 순리(順利)인 줄로 알고, 그렇게 익숙해 졌다.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건동 방향으로 자주 걸어서 다닌다. 20여분 걷는 동안 몇 군데 횡단보도를 지나는데 신호등 없는 곳을 두 곳 정도 지나게 된다.
중앙시장 네거리에서 강변로로 가는 도로 중간쯤에 설치된 횡단보도와 성건동주민센터에서 경주여고 사이 대원빌딩 앞에 있는 횡단보도는 신호등은 없고 도로위에 점멸등이 깜박이고 있다. 운전자는 조심하라는 지시다.
그런데도 이곳을 건너게 될 때는 등골이 오싹함을 자주 겪는다, 양보 없이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택시는 경적(크락션)을 울려 깜짝 놀라게까지 한다.
직업운전사든 손수 운전자든 별로 다름이 없다. 운전하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인지, 특권인지 ‘우쭐 심리(心理)’ 마저 가진 것 같다.
구미(歐美)의 선진국들에선 좀처럼 그런 일들을 보기 어렵다. 건널목이든 아니든, 사람이 차도(車道)에 들어서기만 하면 자동차가 서는 것이 상식이다.
차를 보고 먼저 가라고 손짓하는 사람도 없다. 으레 ‘사람이 먼저’가 생활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양보를 받은 사람은 거의 빼놓지 않고 미소를 지우며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한다.
비단 차(車)와 사람 관계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 서로 양보하고, 양보 받으면 고마워 할 줄 아는 것은 인간의 삶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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