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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상소문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24일(월)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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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23년 송강 정철은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했다. 그때 쓴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관동별곡’이었다. 정철은 그 무렵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명문을 썼다. 그것은 바로 강원도 백성들의 비참한 생활고를 보고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그들은 지금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는 사다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다시 인간에게 호소합니다. 그러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원통함을 고할 길이 없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원망하는 마음은 가실 날이 없고 삶의 의욕은 날로 잃어져가고 있습니다 …’
‘유일한 보금자리인 밭이나 집을 영여나 전사와 같이 생각하고 있으며 백년대계가 없고 눈속임으로 그날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달의 계획도 이들에게는 없는 것입니다. …요즘 도내에 해괴망측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놀래어 방문을 붙이고 깨우치기도 했고 정부에 진언하여 사실을 고하기도 했고 유문을 돌려 알리기도 했지만 어제도 지난날과 같고 오늘도 어제와 같이 늘 사건이 발생할 뿐 조금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은 여기서 혓바닥으로써 해결시킬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정은 본래 선한 것. 저마다 가지고 있는 양심이야 어느 세상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법이니 모자의 은혜와 형제의 우의와 남녀의 예를 저들인들 어찌 모르겠습니까…다만 모진 기한(飢寒)으로 인하여 예의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백성에게 끼치는 병폐가 이루 형언할 수 없이 많고 백성을 구제해야 할 일들이 역시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백가지의 폐가 있는데 고쳐진 것은 두서너가지에 불과하니 이것은 바가지의 물을 가지고 천길 높이 타오르는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정철의 상소문은 지금 읽어도 가슴을 치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관동별곡’ 같은 미사여구도 없고 그 번쩍이는 시제도 없다. 그런데도 왜 읽는 사람의 가슴을 치는가? 나라를 근심하는 백성을 딱하게 여기는 그 진정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한 고을을 다스리겠다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정철이 상소문을 쓰던 그 심정처럼 주민을 생각하고 있는지 자질을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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