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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지통(西河之痛)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3월 31일(월) 15:04
ⓒ 황성신문
“검사님, 늘 일이 많겠지만 특히 가정의 행복을 깨는 이에게는 꼭 그에 맞는 엄벌을 내려주기를 부탁합니다”

지난해 5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대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검찰에 보낸 편지 한통에 적힌 글이다. 대구지검이 공개한 A4용지 3장 분량의 이 편지는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납치돼 살인마 조명훈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A양의 어머니가 보낸 것이다.

검찰이 사건처리 전후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답례글로 보여 진다.

지역의 한 신문이 지난 25일 보도한 A양 어머니의 편지는 “너무 울어서 적다말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냈다”고 시작했다. “세 아이 중 둘째인 00이는 까칠하던 언니에게는 배려할 줄 알고, 사춘기에 접어든 동생에게는 친구가 되어주던 아이입니다. 41세에 뇌졸중을 앓은 아버지와도 말이 잘 통하는 딸이었습니다. 제겐 마치 남편 같기도 한 든든한 아이였어요, 화장도 잘 못했지만 우리 아이는 정신적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아이였어요, 제 꿈속에서 평소 늘 하던 말처럼 ‘엄마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웃으며 떠났어요…”

이어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나이 마흔에 출가하겠다고 하던 아이에요, 우리 둘은 대화도 자주하고 잘 통하는데, 딸이 아닌 친구가 가버렸어요, 딸아이가 아끼던 태권도복과 검은 띠(3단)를 정리했어요, 아이가 많이 아끼던 것이어서 갖고 있으려 했지만, 너무 괴로워서 정리했어요…”라고 적었다.

딸에 대한 그리움이 구구절절 배어 있어 눈시울을 적시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엄마의 절규다.

지난 2월 17일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중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9명과 이벤트사 직원 1명 등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부상을 당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큰 것은 가족을 잃은 고통이다. 아무리 가족끼리 서로 미워하고 으르렁댄다 해도 그 모두는 살아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다.

어버이를 여윈 슬픔은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는 말이다. 크고 깊은 슬픔이다. 앞날이 창창한 꽃다운 나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뭐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자식을 잃은 고통은 ‘슬프다’의 단계를 넘어 너무도 참혹해서 참척(慘慽)이라고 표현된다.

자신의 사지가 끊겨 나가고 가슴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처절한 고통. 바로 단장지애(斷腸之哀)다.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지는 듯한 슬픔이다. 그 통증은 집작조차도 불가능하다.

옛날 중국 서하(西夏)에 살던 자하라는 사람은 아들을 잃고 너무 슬피 운 나머지 눈이 멀었다고 한다. 거기에 유래한 말이 서하지통(西河之痛), 혹은 상명지통(喪明之痛)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의미한다. 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이 땅에 다시는 안전 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로 인해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때 언론과 여론이 비등해 시끄럽지만 며칠 후면 유야무야하면서 넘어가는 냄비근성의 현실을 크게 각성해야 한다.

경찰이 사고가 발생한지 38일 만인 지난 27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붕괴사고의 업무상 과실 혐의가 있는 10명과 체육관 건물 시공과정에 위법이 있는 12명 등 모두 22명을 형사 입건, 이 가운데 과실의 정도가 중한 6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6명을 불구속 했다.

이번 수사결과를 유족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그 이유는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재벌기업에서 이뤄진 후진적 안전불감증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최고 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종훈 본지 발행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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