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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07일(월)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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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황성신문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짜가 만들어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위조지폐와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위폐는 전쟁 때 상대국의 혼란을 노려 만들기도 했다. 독일 나치는 2차 세계대전 중에 파운드화를 위조해 영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했다.
중일전쟁이 한창일 때는 일본이 위안화를 위조해 중국 경제를 교란시키기는 일도 있었다. 미국 정부는 웬만해선 발각되지 않는 100달러 위조기술을 보유한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위폐가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일부 5만원권 위폐는 현금인출기를 통과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 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 모 은행에서는 변조된 100억원 짜리 수표로 전액을 현금으로 인출해 달아나는 영화 같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부터 위폐를 막기 위해 10세기 중국 송나라에서는 위폐기술자를 관리로 채용해 대대적으로 단속했고, 12세기 영국에서는 위조범의 손목을 절단하는 처벌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위조범죄는 21세기인 지금까지 줄지 않고 도리어 늘어나고 진화하고 있다.
미술품 위조는 수천년 전인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술품은 걸작의 반열에 오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어 위조가 끊이지 않는다.
2012년에 발매된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미술품 위조사건(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소담 펴냄)’이란 책자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1990년대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미술품 위조사건을 다뤘다. 책 속에 주인공 ‘존 드류’는 자신을 핵물리학자, 교수라고 지칭하면서 여러 일들을 속이기 시작한다.
그는 가난한 화가 ‘존 마이어트’를 꼬드겨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그리게 만들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인연을 맺은 여러 미술관계자들에게 그림을 팔아 치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갤러리들의 기록보관실에 잠입해 일반 기록실 직원보다 더 기가 막히게 위조한 미술품들의 기록들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존 드류’는 미술품만을 위작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들의 소장 내력까지 위조해 그림의 가치를 더 높여 고가로 팔아 버린다.
꼬리가 길면 잡이기 마련, 그는 결국 사기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존 드류는 이 자리에서 “미술계 전체가 썩었는데, 왜 나만 가지고 이 난리야”라고 말한다.
미술품을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점을 파고든 그의 사기극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에 유난히 위조사건이 들끓었다.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되어 품질 기준에 미달한 부품들이 수년간 납품됐던 것으로 드러나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고속철열차의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레일패드 등 핵심 부품 시험성적서가 변조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는가 하면 전차, 헬기 등 무기나 군수품에 쓰이는 원자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시험성적서가 대거 위조된 것이 들통이나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지난 2월 17일 경주시 양남면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부상한 사고 원인에도 건축허가 서류가 변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리조트 측 사업개발팀장이 체육관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 경상북도지사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관광지 조성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로 하여금 건축허가 서류를 변조토록 해 건축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관련서류가 변조되어 건축허가가 난 것을 숨기기 위해 경주시청에 보관 중인 원본 서류를 무단 반출 받아 체육관 연면적을 기재한 새로운 문서를 서류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보면 마우나오션개발(주)이 추진한 리조트 관광지 조성 인허가 단계에서도 서류가 제대로 됐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종훈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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