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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현대의 계절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8일(월)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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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와 무삼하리오’… 송순이 읊은 옛 시조의 그 한숨처럼 봄도 이제 기울어 간다.
벌써 피는 꽃보다 지는 꽃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오고가는 계절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그러므로 가는 봄을 아무리 아쉬워해도 남는 것은 결국 체념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아직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에요’라는 영랑의 시에는 그래도 옛 시조보다 끈질긴 의지가 있다.
봄이 다 지나도 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 소망은 좀 우직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체념의 세계 보다는 값어치가 있다. 인간은 패배한다. 운명에, 자연에, 역사에 인간은 언제나 패배하고 있지만, 체념하여 주저하지 않고 자기의 신념과 그 소망을 추구하고 있기에 동물보다 위대한 것이다.
현대의 계절은 정치라고 한다. 계절처럼 정치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꽃을 주기도 하고 차가운 눈서리를 뿌리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계절의 변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처럼 현대를 생활하는 도시인들은 정치적 변동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정치현상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시조의 종결처럼 ‘새와 무삼하리오’라고 한숨을 짓는다.
그러나 정치는 자연의 계절과 달리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절은 하늘(자연)이 주시지만 정치의 그 계절은 인간이 부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봄바람의 입김이 불어올 수도 있고 냉랭한 한파가 밀려올 수도 있다. 체념하지 않고 자신의 소망과 신념에 의하여 선택하는 의지, 그것이 바로 현대의 계절을 만들어 가는 힘이다.
인간은 꽃이 진다고 서러워만 하는 그런 새들이 아니다. 우리가 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누린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선택하는 주인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밖에서 오는 계절은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우리가 원하는 계절을 창조할 수 있다는 힘을 증명하는 일이다. 정치는 현대의 계절이지만, 현대의 운명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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