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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5월의 새싹들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8일(월)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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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황성신문 | 일주일 후면 어린이 날이다. 이 날이 되면 사방에서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이란 노랫말이 울려 펴지고 어린이를 위한 행사가 요란했다. 놀이동산은 아이들과 그들의 손을 잡은 부모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올해 어린이 날 행사는 취소되거나 많이 축소하게 됐다. 부끄럽구나 그리고 미안하구나. 지난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참사가 일어나서 지금 온 나라가 슬픔에 젖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는 크기의 6천835t급 여객선에는 수학여행 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 15명, 일반승객, 승무원 등 476명이 타고 있다가 학생 70여 명 등 174명이 구조되고 나머지는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유명한 타이타닉 사건도 있기는 하지만, 세계 선박사고 역사에서도 이토록 큰 희생자를 낸 사례는 많지 않다. ‘타이타닉 호’는 1912년 4월 11일 승객과 승무원 2천200여명을 태우고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떠나서 출항 4일 만인 4월 14일 오후 11시 40분께 북대서양 뉴펀들랜드에서 빙하와 충돌해 침몰, 당시 선장을 포함한 1천500여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에드워드 스미스(Edward Smith) 선장은 끝까지 남아서 승객을 내리고 다음으로 여승무원을 내리고 남자 승무원을 배에서 내리게 한 후 배와 함께 장렬하게 죽어갔다.
1852년에는 해양국가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이드 호’가 남아프리카로 항해하던 중에 대서양에서 바위에 부딪쳤다. 이때 해군과 가족 630명의 승선자 중 부녀자자 130명이었다. 구명정은 3척, 한 척에 60명씩, 160명이 구조가 가능했다.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전 병사들에게 갑판위에 집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세튼 대령과 병사들은 ‘여자와 어린이가 먼저’라는 명예로운 전통을 세우고 훈련이나 사열식 때처럼 부동자세로 서서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는 인류가 남긴 참으로 아름다운 전통이다.
102년 뒤, 우리나라 세월호는 타이타닉호 와는 정반대로 선장이 일반인을 위장하고 제일 먼저 1호로 탈출하고 승무원들도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비밀통로를 통해서 빠져나갔다. 배의 승무원 생존율은 타이타닉호의 경우 23%, 세월호는 70%(29명 중 20명 구조)다. 이 가운데 선박직 15명은 전원이 구조됐다.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승객 전원을 구출할 수 있는 140여분을 허송하고 승객들에게는 ‘객실이 안전하다.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선내 안내 방송을 무려 10회나 반복해서 긴급 통보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판단과 방송, 상식에도 크게 어긋나고 승무원들의 기본 수칙도 지키지 않는 엉터리 조치를 순진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만 잘 지키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글자 그대로 복합적이다.
오후 6시 출항이 지연되어서 9시에 출항했고, 물살이 너무 세고 빨라서 위험하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에서 하필이면 입사 1년도 안된 20대 3등 항해사가 키를 잡았다.
조선(造船)강국, 해양강국 대한민국이 일본에서 사용연한이 거의 다된 중고 여객선을 사들여 3층과 4층을 개축해서 정원도 200여명 늘리고, 선원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않고, 화물도 제멋대로 싣고 단단히 묶지도 않아서 물길이 사나운 곳에서 105도 급회전을 하는 바람에 화물이 한 곳으로 몰려서 배가 균형을 잃고 침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한국해운조합 등 산하 14개 기관 중에서 11개 기관장과 임원을 거의 독식해서 이른바 ‘해수부 마피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세상사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우리 어른들이 어찌 감히 너희 새싹들을 내려다 볼 수 있겠는가. 참담한 심정, 자괴(自愧)하는 마음뿐이다.
5월의 새싹들아! 이번 아픔을 겪고 나면 대한민국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안전 선진국을 기대해 보자. 그 때를 기다리며 해맑게 자라는 ‘겨레의 새싹’이 되길 바란다.
<이종훈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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