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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混沌)의 선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5월 12일(월)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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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황성신문 | 나는 요즘 자주 “집어치워라, 사기다”라고 큰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이 외마디 말은 20년도 훨씬 전 루마니아의 독재자 리콜라에 차우세스쿠가 어느 날 수많은 군중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을 때, 청중 중 한 사람이 “집어치워라, 사기다”하고 소리쳤던 말이다.
그러자 쥐죽은 듯 조용하던 청중들이 차우세스쿠가 연설하던 발코니로 돌멩이를 던졌고, 놀란 차우세스쿠가 허리를 굽히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 결국 그는 그길로 군인들에게 붙잡혀 인민의 이름으로 공개 처형됐다.
대중의 어떤 불만이 마그마처럼 들끓기 시작해 에너지를 모아 마침내 화산폭발처럼 터진 것이다.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불만은 수많은 불만을 견인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다.
내가 왜 이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이번 지방선거판을 보면 ‘세월호’ 침몰 참사처럼 순리가 아닌 혼돈의 시대를 맞는 것 같아서다.
혼돈이란 온갖 사물이나 정신적 가치가 뒤섞이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오는 6월 4일이면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꽃이 피는 선거축제가 벌어진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주민이 지역의 공적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언제나 그 중심에 지역주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지방자치는 지방자치가 사라지고 정치(통치)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꾼인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주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를 진단해 보면 지방은 없고 정치(통치)만이 존재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 예로 새누리당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주시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두 예비후보로 컷오프 한 뒤 경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 중에 중앙당 공천위가 나서 한 후보의 공천자격을 전격적으로 박탈하고 상대후보를 공천내정 했다.
지난달 불거진 ‘착신전화’ 사건이 박탈 이유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련됐다는 예비후보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다 경찰이 현재 수사 중에 있다.
그렇다면 공천이 내정된 상대 후보는 결점이 없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공천자는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산업단지 관계자가 금품살포 사건으로 1명이 구속되고 11명이 불구속됐다.
또 선거구민 80여명을 경주에서 관광코스로 인기가 높은 동궁원 내 버드파크에 무료로 입장시켜 관계기관이 선거법 위반여부를 수사 중이다.
새누리 중앙당에서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 후보만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려 형평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당내 실력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경주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현역 시장인 현 공천내정자가 중앙당의 고위층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말이 지역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중앙의 힘이 작용하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면 성숙한 지방자치는 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은 기초 지방자치 선거의 공천문제는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가 겨우 공천으로 가닥을 잡기는 했지만 모든 것들이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천이 아닌 정치적 득실에 매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가 정치적 논쟁으로 진행된다거나 어떤 특정인의 힘이 작용한다면 정부가 약속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신뢰가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진도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을 향해 무책임하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질타하는 소리는 진정한 국민의 소리다. 공천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이런 광경을 보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정치가 20년 30년 뒤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선거가 혼돈의 정치로 변질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종훈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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