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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눈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5월 19일(월)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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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인간의 감정 중에도 가장 순수한 슬픔과 비탄을 표현하는 침묵의 언어이다. 그것은 때로 백 마디의 말보다, 기도보다 호소력이 강하다. 탈무드에도 ‘천국의 문은 기도에는 닫혀 있더라도 눈물에는 열려 있다’고 적혀있다.
눈물에는 그가 처한 상황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가 말하는 뜻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던 타인의 눈물을 보면 누구나 일단 숙연해진다. 약하고 서럽고 그래서 핍박받는 자의 이미지가 눈물 몇 방울 안에 들어있다. 단순히 약해보여서만이 아니라 눈물이 우리 감정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드문 경우도 아니다. 지난 12일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눈물을 보였다
15일에는 경주시장 선거 박병훈 후보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부인과 함께 삭발까지 하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경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취재하던 일부 신문사 기자와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도 이 관경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정치인의 눈물 중에는 ‘박근혜의 눈물’을 들 수 있다. 10년 전인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텔레비전을 통해 정당 연설을 하면서다.
“1960년대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지방순시를 다녀오신 후 아버지께서 식사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왜 식사를 안하냐고 물으시니 한참 천장만 바라보시다가, 지방에 가보니 아이들의 얼굴에 버짐이 피어 있고,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먹지 못해서 얼굴과 손발이 퉁퉁 부어 있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습니다. 나가시는 뒷모습에 아버지의 어깨는 흔들리고 있었고, 저희 식구는 아무도 저녁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나를 일치시키는 대목에서 흘린 눈물의 반응은 곧바로 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지지도가 추락한 한나라당사로 지지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박근혜 당 대표는 전국 지역구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때의 눈물은 후에도 여의도 강변의 천막당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장면이 됐다.
이처럼 정치인의 눈물은 종종 그 사람뿐 아니라 한 국가의 정치 운명을 바꾸어놓는 전환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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