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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遊說)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5월 26일(월)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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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꽃은 유세라고 할 수 있다.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경주지역은 처음부터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당의 공천을 받았거나,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조심스럽게 펼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국이 애도분위기인데 신나는 노랫가락에 맞춘 로고송을 틀면 유권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게 너무나 뻔해서다.
그래서 인지 유세 첫날인 22일 경주역 광장과 중앙시장 네거리에서 가진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출정식은 간혹 로고송도 들렸지만 예전처럼 시끄럽고 요란스럽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서서히 조심스럽게 로고송 등에 대한 필요성을 외치는 후보들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제대로 얼굴하나 알리지 못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들이다. 유권자들에게 자치단체장 후보와 달리 상대적으로 관심도와 노출도가 떨어져 아마도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당장에 유세차량에 로고송을 틀면서 지역구를 도는 것도 자신을 알리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는 것을 무조건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달리 말하면 길거리 유세에 의존하는 것 이외 달리 뾰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유세는 단지 오늘날에만 있은 것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 고급 관료로 가는 등용문이 바로 유세였다. 과거(科擧)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에 나름대로 국가를 다스려나갈 계책을 깨달았다고 여긴 이들은 제후국을 돌아다니며 왕이나 권력자를 만나 유세를 하고 선택을 기다렸다. 강력한 법치를 주장한 한비자, 합종연횡책의 소진과 장의 등도 유세를 통해 높은 벼슬을 얻었다.
고대의 유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인류의 성현으로 추앙받는 공자다. 공자는 50이 넘어서 유세 길에 올라 거의 10여 년 동안 제후국을 전전하며 천하를 주유했다. 그러나 순진했던 공자는 고생만 하고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다.
공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백성과 국가를 다스리고 인간 본연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유세했지만, 실리를 우선하는 왕들에게는 영 입맛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은 유세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후보들은 대부분 유세 내용을 일자리 창충, 복지 증대, 지역현안 해결로 채운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 가운데 과연 얼마나 공감할지는 알 수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공자의 유세가 왕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듯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후보들의 유세는 단지 표를 구하는 읍소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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