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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말도 옳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02일(월) 09:24
아옹다옹 싸우던 한 여종이 “아무개가 저와 다투다가 이러이러한 못된 짓을 하였으니 아주 간악한 년입니다”라고 주인 대감에게 일러바쳤다. 대감은 “네 말이 옳다”고 너그러이 받아들였다. 그러자 또 다른 여종이 와서 꼭 같은 말을 했다. 대감은 이번에도 “네 말이 옳다”고 끄덕였다.

이를 보고 있던 대감의 조카가 물었다. “둘 중에 하나에게 분명히 잘못이 있었기에 싸움이 벌어졌을 텐데 왜 둘 다 옳다고 합니까”하며 묻자, 대감은 “네 말도 옳다”고 하며 독서를 계속하였다고 한다.

뭐가 뭔지 모를 말 같지만, 이는 24년간 정승벼슬을 한 명상 황희(黃喜, 1363~1452)가 남긴 일화다. 그리고 사록은 이 황희를 ‘관후정대(寬厚正大) 하여 어질기로 유명하다’고 적고 있다.

6·4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경주시장 후보 간에 살벌한 말만이 오가고 있어 듣는 귀가 어지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 후보가 “‘시장 후보 1명 사찰 여신도와 부적절한 관계 의혹’이라는 언론 보도에 분노한 절의 주지와 그녀의 동생 및 동료들이 선거사무소에 나타나 집기들을 훼손하며 선거운동을 방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각서를 써줬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른 한 후보는 “저와 사찰 여신도와 부적절한 관계 운운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등 온갖 유언비어와 허위 사실로 음해하여 시민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맞받아 쳤다.

이런 공방을 보고 있던 세 번째 후보는 “위에 거론된 두 후보 모두가 경주의 미래를 책임질 지역의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이상 경주시민의 자존심에 먹칠하지 말고 깨끗하게 후보직을 사퇴할 것을 요청한다”고 싸잡아 공격했다.

황희 정승이 시방 세상에 계셨으면 이 세 사람의 말을 듣고 어떻게 답을 했을까. ‘그대 말도 옳고’ ‘그대 말도 옳다’고 끄덕였을까. 호된 질책이 있었을까. 말이 무성한 것은 좋으나 거짓이나 남을 음해하는 말들이 또 귀에 거슬리게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종훈 본지 편집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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