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7-02 오후 03:34:1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칼럼
전체기사
뉴스 > 칼럼
낙선(落選)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6월 30일(월) 14:09
선거를 치룬지 한 달 가까이 된다. 세월호 참사로 선거기간 내내 무거웠던 마음을 위해서 시조 몇 수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듯싶다.

우선 오경화의 이런 시조는 어떨까? ‘꾀꼬리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나 보니/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콧노래 한다/맞추어 지어미 술 거르며/맛보라고 하드라’

꾀꼬리가 아니라 자동차 클랙슨 소리 때문에 낮잠조차도 변변히 들 수 없는 도시인들에겐 부럽기 짝이 없는 전원 교향곡이다.

그런데 좀 이상스러운 것은 대체 이 시조의 작자는 왜 이렇게 한가로운가 하는 의문이다. 이들은 글을 읽고 며느리는 베를 짜고 아내는 술을 거른다. 모두를 바쁘게 일하는데 이 가장은 낮잠만 자고 있는 것이다.

어디 다른 시조 한 수를 읽어 보자. ‘모옥 기나긴 해에 할 일이 아주 없어/포단 낮잠 들어 석양이 지자 깨니/문밖에 뉘 애햄 하며 낚시가자 하나니’ 이것도 또 낮잠 자는 이야기다.

긴긴 여름날 온종일 잠만 자다가 저녁이면 친구와 함께 낚시질을 간다. 당사자만이 아니라 ‘애햄!’ 하며 찾아온 그 친구 역시 할 일 없는 사람이다. 그도 역시 낮잠을 자다가 찾아온 것이 분명하다.

좀 더 다른 시조는 없을까. ‘공정(公廷)에 이(吏)퇴하고 할 일이 아주 없어/편주에 술을 싣고 시중에 찾아가니/호화에 수많은 갈매기는 제 벗인가 하드라’ 이 시조를 읽어보면 알만 하다.

풍류를 즐기는 시조의 은둔거사들은 대개가 다 벼슬길이 막혔거나 권좌를 쫓겨나 낙향한 고급실업자들이었다. ‘공정에 이퇴하고…’를 ‘선거에 낙선하고…’라고 고쳐 본다면 옛시조가 그대로 오늘의 시가 될 것 같다.

6·4지방선거에 낙선한 분들은 전국적으로 2천800여명에 이른다. 그들은 대부분이 한가로운 은자가 되어 낮잠으로 긴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할 일 없이 세월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낙선자들도 새로운 그리고 창조적인 생활을 해야 된다. 그래야만 한국정치도 훨씬 명랑해질 수 있다. 낙선이 되어도 무엇인가 할 일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라야 건강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조이야기가 또 현실을 짚어보는 정치이야기가 되어버렸네…

<이종훈 본지 편집인>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인왕동(仁旺洞)일대는 사로6촌(斯盧六村)중 정지백호 (鄭智伯..
경주 강동면 왕신리 공장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한수원, 협력사 원자력 재료·용접 기술기준 교육 시행..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마을을 품은 경주교육, 온 마을이 학교다!..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92. 이목 끌다..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최신뉴스
국민의힘, 경주시의회 의장 후보에 임활 의원 추대..  
김대중 신임 경주세무서장 취임..  
김동해 시의원, 전반기 의장 출마 선언 ‘무소속 5선의 ..  
최초 민선 3선 경주시장 주낙영 취임…미래 100년 도약..  
여성친화도시 경주의 민낯…가정폭력상담소 5년째 ‘공백’..  
1월~5월까지 경주 외국인 방문객 56만 9천357명..  
경주시의회, 제9대 의정활동 마무리..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 제13대 도 의장 출마..  
경주시, 정부합동평가 경북도 시군평가 최우수상 수상..  
HICO, 베트남 기업 관광단 150명 경주 방문 유치..  
故 손성호 상사 유족에 6·25 무공훈장 전수..  
경주시, 귀농귀촌 ‘국가서비스대상’ 4년 연속 수상..  
경주시, 통합 돌봄 거점 ‘아이행복키움센터’ 11월 준공..  
보문관광단지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 재개..  
경주시 착한가격업소 간담회 가져…지역 물가안정 협력..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