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9-04 오후 02:56:4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칼럼
전체기사
뉴스 > 칼럼
진평왕과 신하 김후직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7월 07일(월) 15:04
ⓒ 황성신문
신라 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왕을 지낸 사람이 26대 진평왕(眞平王)이다. 진평왕은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창피하게도 아버지는 여자 문제로 죽었다. 아버지 동륜(銅輪)은 무척이나 여자를 탐했다. 동륜의 죽음을 전하는 기록은 ‘삼국사기’와 ‘화랑세기’에 나란하다.

‘삼국사기’에는 진흥왕 33년(572), ‘3월에 왕태자 동륜이 죽었다’라고 간단히 적은데 비해 ‘화랑세기’는 세세한 과정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동륜이 보명궁의 담을 넘다 큰 개에게 물려 죽었다는 것이다. 보명은 아버지인 진흥왕의 후궁이었다.

이렇게 동륜이 불명예스럽게 죽자 동생 금륜에게 왕권이 넘어갔는데, 그 역시 너무 색을 탐하다가 쫓겨나고 그 뒤를 이어 동륜의 아들인 진평왕이 열세 살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이후 진평왕은 무려 53년간 왕위를 지키며 신라 전성기를 이끌었다.

진평왕은 어찌나 힘이 세고 거구였는지 키가 11척이었으니 요즘으로 따지면 2m가 넘었다.

한번은 왕이 제석궁(帝釋宮)을 오르는데 돌계단 두 개가 깨져 버렸다. 왕은 주변의 신하들에게 “이 돌들을 움직이지 말고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하며 힘을 과시했다.

왕은 사냥을 몹시 즐겼다. 틈만 나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사냥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왕에게 조정에서 병부령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김후직(金后稷)이 간언했다. “예로부터 임금은 하루에도 1만 가지 정사를 보살피느라 부지런했으며, 주위에 바른 선비를 두고 그들의 직언을 받아들여 멋대로 즐기거나 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왕께서는 날마다 사냥꾼을 데리고 매와 사냥개를 놓아 꿩과 토끼를 잡기 위해 산과 들로 뛰어다니는 것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계십니다. 노자(老子)는 ‘말달리며 사냥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고 했고, 서경(書經)에는 ‘안으로 여색에 빠지거나 밖으로 사냥에 탐닉하는 일, 이 중에 하나만 있어도 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로 보면 사냥이란 안으로 마음을 방탕하게 하고 밖으로 나라를 망치는 것이니 대왕께서는 유념하소서”

그러나 왕은 듣지 않았다.

그 후 김후직이 병들어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세 아들을 불러 말했다. “내가 신하된 자로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다. 대왕께서 놀고 즐기는 일을 그치지 않으니, 이로 인해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두렵다. 죽어서라도 꼭 깨우쳐드리려 하니 나의 뼈를 대왕이 사냥 다니는 길옆에 묻어라”는 말을 남겼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유언을 따랐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가다가 도중에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가지 마소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왕이 돌아보며 “이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말고삐를 쥐고 있던 종자가 “저것은 김후직의 무덤인데 그곳에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라며 김후직이 죽을 때 한 말을 그대로 아뢰었다.

진평왕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 사람은 생전에 충성으로 간언하고 죽어서도 그치지 않으니 나를 아끼는 마음이 이렇게 깊구나. 끝내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살아서나 죽어서나 무슨 낯으로 그를 대하겠는가”

왕은 그 이후로 사냥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죽은 뒤 무덤 속에서까지 왕에게 했던 그의 충간을 사람들은 ‘묘간(墓諫)’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경주역에서 포항으로 가는 국도 옆에 그의 묘로 알려진 분묘가 있다.

어떤 조직이든 이렇게 충심으로 간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이 바르게 갈 것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이종훈 본지 발행인>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교동(校洞)은 신라(新羅) 최초의 최고(最高) 국립교육기관(..
경주경찰서, ‘외국인 유학생 범죄예방교실’ 운영..
경주 후계농업경영인 한마음대회 개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개막..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열전 돌입..
문무대왕면에 지하수저류댐 조성된다…하루 1만6천톤 공급..
선덕여중, ‘제6회 책 읽는 학교 - 서(書)로 나누다’..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 357면 통합 유료화..
경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한수원축구단 업무협약..
[기획] APEC 이후 1년의 성적표-‘포스트 APEC’ 사..
최신뉴스
[기획] APEC 이후 1년의 성적표-‘포스트 APEC’..  
황오·중부동 통합 1년…미래 청사진 논의..  
박승직 경북도의원, 제13대 전반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  
경주시의회 임시회 폐회…행정사무감사 계획 등 15건 처리..  
경주시, 지방자치대상 행정·의정 리더 부문 대상..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열전 돌입..  
경주시, 2027년 ‘긴축 재정’ 예고…민생에 예산 집중..  
APEC 개최도시 경주, 한·중·일·아세안 교류협력 보폭..  
문무대왕면에 지하수저류댐 조성된다…하루 1만6천톤 공급..  
경주시, 서울서 기업 대상 투자유치 활동 나서..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 개막..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 357면 통합 유료화..  
내년부터 자전거 앞뒤 제동장치 의무화..  
내년부터 자전거 앞뒤 제동장치 의무화..  
경주경찰서, ‘외국인 유학생 범죄예방교실’ 운영..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