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칼럼
전체기사
뉴스 > 칼럼
무식한 모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7월 21일(월) 14:53
제나라의 환공은 덕망이 높은 군후였다. 그는 어느 날 잠을 자다가 모기장 바깥에서 우는 모기소리를 듣고 홀연히 자기 몸을 내놓았다. 모기도 먹어야 살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였다.

굶주린 모기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환공은 스스로 자기 몸을 모기에게 뜯겨 먹였던 것이다. 그러나 모기들도 환공의 높은 덕을 감히 그의 몸을 뜯지 못했으며, 무식한(?) 몇 놈은 너무 포식한 끝에 배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모기 파티를 열어준 환공의 덕도 기괴할 뿐 아니라, 그의 덕을 알고 감히 접근을 하지 않고 날아갔다는 인텔리 모기 이야기는 더욱 수상하다. 아무리 덕이 좋아도 본받을 만한 이야기는 못된다. 더구나 모기에게 군자의 덕을 기대한다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장마철 습도와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가 살판났다. 잠을 자기 전 목욕을 하고 모기약을 뿌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새벽이면 한두 마리가 제방 드나들듯 침입해 공격을 한다. 하긴,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살았으니 입주권을 주장해도 무리는 아니다. 모기의 출현은 2억년 전 중생대로 올라가니 질긴 생명력이 그저 놀랍다.

다산 정약용도 시(詩) 증문(憎蚊) ‘얄미운 모기’에서 모기를 소재로 세태를 풍자했다.

‘모기야 모기야 얄미운 모기야/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血食)을 한단 말인가.’ 여름밤 혈식을 즐기는 모기를 백성들의 고혈(膏血)을 빨아먹는 탐관오리에 빗대 꾸짖은 것이다. 하지만 유배 중인 그가 한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을 깔고 사는 신세,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다’며 자책한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다산이 걱정하는 탐관오리는 여전히 넘쳐난다. 연일 터져 나오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뉴스는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불쾌지수만 높인다. 그에 비하면 피를 빨아먹는 게 자연의 섭리인 모기와의 새벽전쟁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모기만큼이나 생존력이 강한 인간의 탐욕이 더 끔직하다. 민선 6기가 출범하면서 지자체장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먼저 탐관오리부터 척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종훈 본지 편집인>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소방서, APEC 대비 사다리차 반복 훈련..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