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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7월 21일(월) 14:42
ⓒ 황성신문
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있어 다른 사람의 충고는 자신에 대한 무시와 모욕일 뿐이다.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편작(扁鵲)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 채(蔡)나라 환공처럼 말이다.

전국시대 채나라에 의술이 뛰어난 진월인(秦越人)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신기에 가까운 그의 의술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편작(상고시대의 명의)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의 본명 보다는 편작이라는 별명에 익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채환공을 만난 편작은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 “공께서 병이 있으십니다. 허나 병이 피부에 퍼져있으니 속히 치료하면 괜찮을 것입니다.” 편작의 이야기를 들은 환공이 불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쓸데없는 소리, 난 아픈데 없네.”

편작을 쫓아버린 환공은 주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의원들은 왜 다 저모양이지. 아픈데도 없는 사람에게 병이 있다고 말하며 고명한 의술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니.”

열흘이 지난 후 편작이 다시 환공을 찾아와 말했다. “공의 병은 이제 근육까지 퍼졌습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병이 위중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채환공은 여전히 그의 말을 무시했고 편작은 어쩔 도리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시 열흘이 지나고 환공을 찾아온 편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병이 장까지 번졌습니다. 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채환공은 이번에도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또다시 열흘이 지난 후 환공을 찾은 편작은 그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환공이 사람을 보내 그 이유를 물었다. “왜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느냐?”

그러자 편작이 대답했다. “병이 피부에 머물고 있을 때는 더운물로 몸을 데우는 것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근육에 퍼진 병은 침을 맞으면 금세 회복되지요. 병이 장에 퍼졌을 때는 탕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골수까지 퍼진 병은 무엇으로도 고치기 힘들지요. 지금 공의 병은 골수까지 퍼졌습니다. 치료하고 싶어도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채환공은 끝까지 편작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닷새 후 환공은 갑자기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제야 편작의 말을 믿게 되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터였다. 채환공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 냈다.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적해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을 꼬집는 말이다.

이 고사는 한비자(韓非子)의 유로(喩老)편과 사기(史記)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실려 있다. 또 북송(北宋)의 유학자 주돈의는 통서(通書)에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병을 숨기면서 의원에게 보이지 않아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고 당시의 세태를 비판했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 모두 ‘불통’을 지적한다. 6·4지방서거에서도 역시 ‘불통’으로 몸살을 앓았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비단 사람의 몸뿐일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종훈 본지 발행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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