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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시대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11일(월) 14:14
언제부터인가 칼국수 앞에 ‘손’이라는 접두사를 넣어 ‘손칼국수’ 간판이 걸리게 됐다. 칼국수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뽑은 국수가 아니라 집에서 주부가 부엌칼로 직접 썰어서 만든 국수라는 뜻이다.

거기다가 손칼국수라니, 얼마나 믿지 못하면 손으로 직접 반죽해서 썰었다는 ‘손’을 강조했을까. 기존의 기계로 뽑은 국수가 아닌 정성이 담긴 국수, 이른바 차별화 된 상품으로 다른 국수집과 경쟁을 하겠다는 전략임에 틀림없다.

경주시내에는 칼국수집이 유난이 많다. 얼마 전 해장도 할 겸 옛날 어머니가 정성스레 부엌칼로 썰어 끓여 주시던 칼국수 맛 좀 볼 수 있을까 하고 한 칼국수 집을 찾았다. 그러나 그릇에 담겨 내 온 것은 기계로 썬 국수였다.

속았다는 생각 때문에 손칼국수는 이제 믿을 수가 없게 됐다. 한번 실망했던 손님들이 손칼국수집을 외면하자 이번에는 ‘순’자를 하나 더 붙여 ‘순손칼국수’집 간판을 내걸어 놓았다. 고도의 차별화 작전이다.

손칼국수라고 상호를 내걸고 반죽만 집에서 했지 기계로 뽑은 칼국수를 내놓다보니 손님들이 발길 끊었을 심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순’자 하나 더 붙였다고 그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시원한 칼국수 맛을 되살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참기름도 그랬다. ‘순참기름’에 이어 ‘진짜순참기름’이라는 상품이름이 기름을 짜는 방앗간 집에 나붙기 시작했다. 수타자장면도 처음에는 손자장면 하다가 ‘진’자에 ‘순’자까지 붙여 ‘진짜순자장면’(진짜수타자장면) 이라는 상호를 건 간판을 바라보며 정말로 불신시대임을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원조 쟁탈전도 치열하다. 영덕군과 울진군이 ‘대게 원조’를 놓고 몇 년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밥은 간판에 솜씨 좋은 할머니 사진까지 붙여놓고 원조를 주장한다.

경주지역도 원조 논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찰보리빵, 경주빵을 비롯해 떡갈비, 쌈밥, 순두부, 해장국 등 음식점에서 ‘진짜 원조’ ‘옛날 원조’ ‘토종’ 간판이 걸려 진짜 원조가 어느 집인지 찾을 수가 없다.

이 시대를 ‘원조’처럼 불신의 덩어리로 만드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비근한 예로 일선 행정기관이 얼마나 직원을 못 믿으면 해마다 명절과 하계휴가를 앞두고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감찰’을 벌이는가 하는 것이다. 결과도 뚜렷하지 않는 공직 감찰이 무슨 일만 있으면 고정메뉴로 등장하게 된다.

경주시도 이달 말까지 공직기강 감찰에 나섰다. 신뢰와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란다. 역시 불신시대의 한 단면을 떠 올리게 한다.

<이종훈 본지 편집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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