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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서약서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8월 25일(월)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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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공직자 500여명이 8월 정례석회에 앞서 반부패 청렴서약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공직자들이 청렴서약서나 결백각서를 쓰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번 청렴서약서는 민선6기 출범에 따른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썼다는 것이다.
서약서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 하나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에 맺어진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하는 것을 확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양심적인 약속보다는 구속력이 강하고 법적인 계약보다는 약한 반자율 반강제인데 비해, 후자는 철두철미 자기가 자신에게 구속력을 가하는 자율과 양심 영역의 맹세다.
비리를 범하고 안 하고는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 맘속의 일이기에 외부에서 제재하기란 한계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약서를 섰다해도 그것에서 받는 물리적 구속력도 보증할 길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결백서약서가 공직사회에 심기를 전환시키는 계기로써 뿐만 아니라 보다 각자의 맘 속 깊이 깨우침을 주는 그런 양심적 서약이기를 바라는 뜻에서 심정적인 문제 하나를 제기를 하고자 한다.
‘나’에게는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두 개의 ‘나’가 공존하고 있는데 대체로 우리 한국 사람은 내가 보는 나보다 남이 보는 나를 너무 의식하고 거기에 가치를 더 두는 성향이 있다.
나의 본질을 살기보다 남의 판단에 좌우되는 그런 타인 지향의 일상을 산다고나 할까? 그러기에 남이 보지 않거나 남이 모르면 뇌물도 받는다.
공원의 꽃을 꺾고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데 죄책감을 느끼기 이전에 남이 이 나의 행위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를 보다 중요시 한다. 실력보다는 학력이 중요시되고 또 나의 형편은 생각하지 않고, 보다 고급품을 몸에 지니려는 한국인의 개연성도 이렇게 남이 보는 나를 살기 때문이다.
뇌물도 타인을 의식하고 받고 안 받고 해서는 안 되고 청렴서약서도 남이 쓰니까 나도 쓰는 서약서이어서는 안 된다. 또 그로써 남들로부터 구속을 받으니까 오직 비리를 범하지 말아야겠다고 해서도 안 된다. 남이 보건 말건, 알건 모르건 남과는 절연된 순수한 나의 영역에서의 서약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주시의 이번 서약서 정풍이 희망적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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