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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09월 22일(월) 16:07

옛날부터 중국 고사에는 삼황오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중 복희씨는 주역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길흉화복을 점치는 법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복희씨는 다스리던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받고 그 마을로 향하게 된다. 황하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 해 시발현(始發縣)이라 불리는 곳이다.

복희씨는 전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밤낮을 기도했는데, 3일째 되는 밤에 자연신이 나타나 “이 마을 사람들은 곡식을 거두고도 몇 년째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나는 집집마다 피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했다.

복희씨는 이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동물의 피를 붉게 물들인 깃발을 집집마다 걸어 두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인 현(縣)의 관노(官奴)가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피를 묻히지 않은 깃발을 걸었다.

그날 밤 복희씨가 다시 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또 나타나 노여워하며 말하길 “모두 정성을 보여 내 물러가려 했으나 한 놈이 나를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도다. 내 전염병을 물리지 않으리라”고 했다.

그리하여 다음 날부터 그 마을에는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려 많은 이가 죽었다. 복희씨는 “마을(始發縣)의 노비(奴婢)가 색깔 없는 깃발(無色旗)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그 다음부터 혼자 행동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마구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라고 하게 됐다.

크고 작은 모임이나 단체, 조직에 이런 사람이 꼭 하나 있게 마련이다. 구성원 모두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이익과 출세만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가 시기라는 이름의 구더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시기는 질투라는 똥파리가 돼 남의 밥상과 자리를 탐하게 되는데, 권력의 후광을 얻었다고 생각할 때 더욱 심해진다. 문제는 이 똥파리는 가끔 지가 새인 줄 알고 설치는 바람에 주위의 사람들이 그에 휘말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가 바로 시발노무색기다.

<이종훈 본지 편집인>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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