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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죄수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10월 14일(화)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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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온 한 늙은 장기수가 있었다.
그에게도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방문했지만 시간이 흘러 아무도 그를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오직 고독과 그리움만이 죄수의 유일한 벗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머무는 쇠창살 안으로 참새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늙은 죄수는 이 참새에게 빵부스러기를 주었고 참새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죄수가 주는 음식을 쪼아 먹었다.
이 늙은 죄수는 매일 아침 감방을 찾아와 노래를 부르는 참새에게서 처음으로 외로움과 고독의 그림자를 벗어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 늙은 죄수는 곧 먼 바다에 떨어진 외딴 섬에 있는 감옥으로 이송을 가게 되었다. 참새와 떨어지기 싫었던 늙은 죄수는 나뭇가지와 철사 부스러기를 주워서 만든 조그마한 조롱에 참새를 가뒀다.
조롱을 가슴에 품고 외딴 섬으로 가는 배에 탄 늙은 죄수. 섬으로 가는 배 안에는 죄수들끼리 밀고 당기는 혼잡함에 그만 그의 허술한 조롱은 부서졌고 그 순간 놀란 참새는 푸르르 날라 올랐다.
그러나 참새는 오래 날지 못하고 그만 바다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늙은 죄수는 참새가 달아나버리면 못 살 것만 같다는 생각에 참새와 영원히 함께 지내려고 새의 꼬리를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내 새가 빠졌어요. 새를 건져주세요!" 늙은 죄수는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새 한 마리를 건지기 위해 커다란 배가 멈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늙은 죄수는 배의 갑판에서 바다에 빠져 조금씩 날개를 파닥이는 가여운 새를 비통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내 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이 이야기는 피에르 로티의 <늙은 죄수의 사랑> 줄거리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혹은 연인과의 사랑 등,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혹시 그의 날개를 떼어서 내 곁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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