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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斷腸)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4년 10월 21일(화)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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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솜씨가 뛰어난 어느 사냥꾼이 있었다.
그는 산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짐승들을 사냥하고 자신의 활 솜씨를 뽐내곤 했다.
여느 때와 같은 어느 날 사냥꾼이 산속에서 사냥감을 찾던 중 우연히 사슴 두 마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정하게 서로를 쓰다듬고 있는 두 마리 사슴은 한 마리는 어미, 하나는 새끼 사슴이었다.
사냥꾼은 나무 사이로 재빨리 몸을 숙여 우선 새끼 사슴을 표적으로 활을 집어 들었다.
백발백중의 명중을 자랑하는 사냥꾼의 활 솜씨에 새끼 사슴은 눈 깜작할 사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어미 사슴. 갑작스러운 사냥꾼의 활시위에도 어미 사슴은 겁에 질려 달아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사냥꾼은 두 번째 화살을 집어 들었다. 사슴 두 마리를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화살 촉을 어미에게 겨누는 순간, 사냥꾼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미 사슴이 새끼 사슴에 박힌 화살을 뽑아보려고 물고 안달하더니 이윽고 기운이 다한 듯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생각했다.'어미 사슴에게는 내가 화살을 쏘지도 않았는데 쓰러지다니.. 이상하군 병에 걸린 사슴이었나..'
두 마리 사슴이 모두 숨을 거두고 난 뒤 사냥꾼은 궁금함에 어미 사슴의 배를 갈라보았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죽은 어미 사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창자를 끊은 것이다.
단장(斷腸). 새끼를 잃은 어미 사슴의 깊은 슬픔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놀란 사냥꾼은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부러뜨리고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박희진 시인의 '단장곡'에서 전해지는 내용이다.
부모가 자식을 잃은 깊은 슬픔을 마치 단장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라고 한다.
지난달 말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책임 논란을 비롯해 유가족들의 특검 참여 문제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인다.
참사가 발생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던 정치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야의 정치적 목적을 떠나 부모의 심정으로 헤아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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