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효과적인 한국 방어를 위해 유엔군사령부 설치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그 책임을 미국에 위임했다. 유엔군사령부가 설치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7월14일 위기에 처한 한국 방위를 위해 한국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 이양한다는 공한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발송했다.”
이처럼 전작권 이양의 출발점이 된 이승만 대통령의 서한부터 최근 각종 단체의 찬반 성명서에 이르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얼마 전 2015년으로 결정되어 있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가 또다시 연기되면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첫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명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쪽 사정까지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라는 점에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는 그만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안보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핵위협은 너무나 엄청난 사태이다. 북한은 10여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미사일에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경량화'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고, 아직 한국은 그에 대한 유효한 방어대책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의 비무장지대 충돌을 감안할 때 남북한 관계가 언제 극단적인 상태로 악화될지 알 수 없고, 최악의 상황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 시 일본에 투하된 동일한 위력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투하될 경우 한국의 도심화로 인하여 10배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고, 핵무기 위력이 커질수록 그 피해는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데 대응하여 미국의 핵무기로 대규모 보복을 가할 경우 남북한 모두 불모지대로 변모하여 한민족은 생활터전을 상실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핵전쟁의 억제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부의 존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이어서 이번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되면 행사할 권한이 없는 한미연합사령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추세로 보자면 국가 간 '연합'이 대세이며, 공동방어는 각국의 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특히, 한-미 연합군의 경우, 1953년 6.25 전쟁 휴전 이후부터 신생이자 열세의 한국군이 '세계최강의 군대'인 미군의 자산을 함께 사용하고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아왔다는 점에서 분명한 득이 있다. 실제로 지금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실시한다고 하면 미군이 빠져버린 만큼을 메울 정보 자산이나 화력을 우리 군이 갖추고 있는 지 의문이다.
또한, 자주를 강조하는 사람은 동맹을 강조하는 사람에 비해서 명분상으로는 유리하다. 자국의 안보를 자국이 스스로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자주를 명분으로 한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결정으로 인하여 상당한 기회비용을 감수했던 것도 사실이 아닌가.
국가안보는 도박이나 실험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만전을 기해야 하는 사항이다. 개인의 생명을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에 관한 사항이라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다소간의 불편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현실적으로 한반도 안보상황, 특히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재래식 군사위협, 북 체제의 불안정성까지 포함한 북한의 위협이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서 이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가능한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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