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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결이 생각한 가장의 의무는 무엇일까?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5년 02월 03일(화) 15:14
ⓒ 황성신문
삼국사기 기록에신라 자비왕 때의 음악가로 알려진 백결
선생은 그의 이름과가계 등 그의 신상에
대해 알 수 없다고되어있다.
다만 낭산기슭에 살던 빈한한선비로 세상일에 달
관하였던 인물로 전한다.
 집이 가난하여 옷을 백 번이나 기워 입어
마치 비둘기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너덜너덜한
행색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는
거문고를 가지고 다니면서 무릇 기쁨과 성냄, 슬
픔과 즐거움 그리고 마음에 편치 않은 일들은 모
두 거문고로 펴냈다.
어느 해 연말 이웃 동네에서 곡식을 방아 찧
었는데 그의 아내가 절구공의 소리를 듣고 말하
기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곡식이 있어 방아질
을 하는데 우리만이 곡식이 없으니 어떻게 해를
넘길까?’하고 한탄하였다. 선생은 하늘을 우러
러 보며 탄식하며 말하였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는 하늘에 달린 것
이라! 오는 것을 거절할 수 없고, 가는 것은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인데 그대는 어찌 마음 상해하시
오? 내 그대를 위하여 절구공이 소리를 지어서
위로해 주리다.’ 이 노래가 세상에 전하여 져서
그 이름을 ‘방아타령’이라고 하였다.
백결과 그의 부인은 그 곤궁함을 어떻게 견디어
내었을까? 몇 발자국의 지척거리에 궁궐과 화려한
저택들이 즐비한 서울(경주)에는 풍악소리와 사치
스러움으로 흘러넘쳤을 것이다. 사방에 들리는 풍
악소리보다 가난한 남편의 미안한 마음이 담긴 거
문고 소리로 마음을 달랬다면 분명 그녀로 인해 백
결이 역사에 남은 예술인이 되었을 것이다.
맹자도 일찍이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
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
음을 가질 수 없다고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
恒心)’ 이라 하지 않았던가?
백결선생처럼 재주도 없고 경제력이 부족한
이 시대의 가장들은 무엇으로 아내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올해 출간하고자하는 ‘신의 숲, 왕의
산’ 이라는 제목의 낭산유적 안내서의 최종 교정
을 위하여 늘 찾는 이곳, 봄비 같은 겨울비 내리
는 오후, 업무시간이지만 잠시 틈내어 걸으면서
나 역시도 늘 풀지 못하는 하나의 ‘화두’ 이다. 문
득 이번 주 편지의 내용에서 벗어난 이야기 일지
도 모르지만 윤영무, 2004, ‘대한민국에서 장남
으로 살아가기’ 중에서 고도원이 발췌한 아침편
지(2004. 6. 22)의 글이 떠오른다. 이 구절을 인용
하여 차남과 막내들을 대표하여 대한민국 장남
들의 심정을 감사한 마음으로 대변해본다.
우리 시대 장남이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의 표
상이다. 제사라는 굴레를 아내에게 씌우는 남편으
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할 능력 없는 큰형으로
서, 또 조만간 생계 능력을 상실할 부모를 모셔야
할 큰아들로서 이중삼중, 책무만을 지닌 존재일
뿐이다. 이미 파탄이 난 결혼 생활을 접지도 못하
고, 그렇다고 훌쩍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 하는 현실의 포로인
것이다. ‘왜 나는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살면서 스
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백결선생은 가장으
로서 의무감을 져버린 무책임한 사람일지도 모
른다. 어느새 자리 잡아 버린 물질적 풍요로움에
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 그 속을 살아가는 우
리들이지만 아내의 걱정을 잠시나마 덜어주려
방아타령을 불러주는 그의 마음에서만은 각박한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면 가난은 마음에서 오는
상대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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