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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천하에 의로우신 임금이십니다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5년 02월 10일(화)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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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황성신문 | 안 종 덕 ( 安鍾悳, 1841~1907)은 조선 말의 대표적인 문신 가운데 한 명으로, 그는 중추원 의관(中 樞院 議官)으로 있을 때 고종 임금에게 왕 이 행하여야 할 행동 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제왕들의 근면은 어진 사람을 구하는데 힘쓰 는 것이며, 인재가 얻어진 다음에는 책임과 권한 을 모두 맡겨 버리는 것입니다. 나랏일이란, 하 루에도 만 가지로 제기되는데 인재를 얻어 적중 한 벼슬에 임명해 놓으면 신하 스스로가 아래에 서 수고하므로 임금은 위에서 편안하게 되는 것 입니다. 임금이 모든 일을 다 맡아본다는 것은 자질구레한 일에까지 나서는 것을 말합니다. 자 질구레한 일에까지 나서는 것이 근면 한 듯 하지 만 신하가 게을러지고 일이 그르쳐집니다. 임금 의 근면과 아랫사람의 근면은 마찬가지나 그 결 과는 상반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진시황(秦始 皇)이 직접 제의서를 떠서 받고 수(隋)나라 문제 (文帝)가 직접 호위 군사들에게 밥을 먹인 것으 로 말하면 해당관청에서 할 일이었지 제왕이 수 고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폐하(陛下)는 보위에 오른 이후 놀며 편안하게 즐긴 적이 없고 음악과 여색을 즐긴 적도 없으며 날 밝기 전에 옷을 입고 정사를 보러 나가고 날 이 저물어서야 밥을 들면서 날마다 바쁘게 지냈 으니 참으로 천하에 의로운 임금이십니다. 하지 만 걱정이 지나쳐서 하찮은 일들까지 살피셨고 근심이 깊어서 남을 업신여겨 모든 일을 도맡아 서 하셨습니다. 하찮은 일들까지 보살폈기 때문 에 큰 원칙이 혹 허술해졌고 남을 업신여겨 독판 을 해쳤기 때문에 참소(讒訴, 거짓으로 비방하는 일)가 쉽게 들어왔습니다. 큰 원칙이 허술해 지 니 소인(小人)들이 폐하를 기만하게 되었고 참소 가 들어오니 높은 관리가 자주 교체되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자질구레한 일에 까지 나선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석공이나 목공의 권한까지 쥐고 나면 아래서는 밭 갈고 길쌈하는 노비의 직분까지 잃 게 되기 때문에 일을 주관해야 할 모든 신하들이 형세가 막히게 되어 일손을 잡지 못하여 인사 문 제를 맡은 관리들이 지시만을 기다리게 되고 법 을 맡은 관리들도 지시만을 받게 되니 임금의 팔 다리 노릇을 해야 할 관리들이 어찌 게을러지지 않으며 만사가 어찌 게을러지지 않을 수 있겠습 니까. 신은 이것을 놓고 감히 폐하께서는 근면의 도리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라 경덕왕이 충담스님에게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묻자, 안민가(安民歌)로 답하였 는데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하면 나라가 태평할 것입니다.’라는 충 언을 하였듯이 고대사회에서 현대사회에 이르기 까지 지도자들이 지켜야할 역할과 본분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주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 이완구 국회의 원이 지명되었다. 차남의 병역문제는 공개검증 으로 의혹이 풀렸지만 가족의 땅 매입 등등의 혹 독한 인사청문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 지 그가 살아온 흔적을 보면 통과될 것 같기도 하다. 옛날 조선시대 영의정 자리를 ‘일인지하 만인지 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하였다. ‘만인지상’ 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인 국 왕이 영의정에게 어느 정도 권력을 넘겨주어야만 영의정의 권력행사가 가능하다. 권력은 그 속성상 나누기 어려운 것이다. 국왕이 무얼 믿고 영의정 에게 권력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믿었던 영의정 이 국왕에게 도전하는 세력으로 돌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 권력분배와 현실적 권력분배사이 에 늘 미묘한 차이가 있어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는 국민들의 투표에 의하여 뽑혀진 대통령 일지 모른다. 영의정에게 권력을 주는 것은 한 명의 왕이었지만 대통령에게 권력을 주는 것은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2인자답게 ‘국민지하 만인지상 (國民之下 萬人之上)’ 으로서 3인자 국무총리에 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국가의 운영 이라 생각된다. 충담스님의 ‘맡은 바의 역할론’과 안종덕 선비의 ‘지도자 근면론’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더 새겨 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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