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진짜를 대신할 수 있을까? 그것도 오갈 데 없는 미아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라대종이 결국은 예 산만 낭비한 채 창고에 처박혀 애물단지로 전락 할 위기에 놓였다. “종하나 놓을 때 없겠나. 일단 종부터 만들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난맥 을 드러내고 있다.
경주시가 성덕대왕 신종을 본떠 제작 중인 신 라대종이 오는 10월에 완성될 예정이지만 종을 설치할 종각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는 신라대종 종각설치 장소로 노동동 261번지 사적 제512호 대릉원 일원에 대한 문화 재 현상변경을 신청 했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 불허했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경주시에서 요구한 문화재현상변경을 불허 했다. 경주시 계획이 문화재청에 의해 제동이 걸 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9월, 10월에 이어 세 번째다. 15억 원 이라는 시민 혈세로 제작한 신라대종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신라대종 제작은 최양식 시 장이 2010년 경주시장 예비후보 시절 공약사업 이다. 당시 최 시장은 당선되면 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을 도심으로 옮겨와 관광객을 도 심으로 끌어들여 경주의 상징과 도심경제를 살 리는 문화유산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 향토사학자들 중심으로 사업적정 성과 예산낭비 논란이 강하게 이는 등 반대 여론 이 적지 않았다. 그러자 경주시는 최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11년 공식계획을 수립하면서 박물 관에 있는 신종을 옮기려던 계획을 변경, 복제한 신종을 설치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이 사업은 경주시가 오래전부터 추진했지만 반대여론이 적지 않았던 ‘에밀레 테마파크’조성 에서 이름만 변경한 것이다. 명칭도 여러 번 변 경했다. 성덕대왕 테마공원, 새 천년의 종 고분 공원, 에밀레종 테마파크 등으로 왔다 갔다 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또 한때는 통일대종 으로 조성한다고도 했다가 2013년 하반기부터 신라대종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종 각설치 장소도 이미 수년째 봉황대 부근-옛 시 청사-봉황대 부근을 오가며 맴돌고 있다.
사실상 최후의 대안으로 지난 4월 신청한 노 동동 일대 종각설치 계획이 제동이 걸림으로서 경주시 행정이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경주시는 2014년 3월31일 각계 인사와 학계전 문가들 50명으로 ‘신라대종주조위원회’발대식을 가졌다.
당시도 이 민간위원회 발대식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동안 신라대종 제작에 반대했던 여론 을 잠재우기 위한 경주시 2중대 역할을 할 것이 라는 지적이 제기 되기도 했다.
가짜가 진짜를 대신할 수 있겠나. 경주시는 ‘신 라대종’이라고 명칭을 변경했기 때문에 성덕대 왕 신종의 가짜가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필 자가 가짜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최 시장이 2010 년 예비후보 시절 처음 거론하기 시작해 공약으 로 제시했던 에밀레종 혹은 성덕대왕신종 복제 종 제작사업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경주시가 신라대종 제작에 15억 원을 들였고, 종각설치에 또 15억 원을 들여야 한다. 결국 30 억 원을 투자해 가짜를 만들어 도심권에 설치해 관광객을 불러들여 도심경제를 살린다는 계획이 다. 그러나 종하나 덩그러니 만들어 놓는다고 관 광객이 얼마나 와서 도심경제를 살리겠는가 하 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종각설치 장소도 확정하지 않고 일단 종부터 만들겠다는 경주시의 어리석은 행정이 예산만 낭비 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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