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 해당 언론사의 색깔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이런 글이 과연 사설로서 지면을 할 애해도 되는지 스스로 자문해 본다. 그러나 사실의 목적에 따른 중요성을 따질 때 금액 의 크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짚 고 넘어가자는 뜻이다.
천지지지자지아지(天知地知子知我知)라 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 가 안다는 말이다.
후한 때 양진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평소 학문을 좋아한 양진은 한 고을의 군수가 되 었다.
어느 날 군의 하급관청인 현의 현령이 금 품을 들고 찾아와서 양진에게 건네주며 ‘지 금은 밤이 깊으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습 니다’고 하자 양진이 말하기를 ‘하늘이 알 고 땅이 알고 당신이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라며 거절 했다.
지금 경주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중에 피 감기관으로부터 지역 특산품 등을 받아 구설 수에 오르고 있다.
뇌물이냐, 선물이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 다. 뇌물이든, 선물이든, 또 금액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감사기간 중 피감기관으로 부터 뭔가를 받았다는 것이 부적절 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뇌물이냐 선물이냐는 대가성이 있느냐 없 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감사기간 중 에 그것도 피감기관으로부터 뭔가를 받았다 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날 대한민국 선량들이 국정감사를 앞 두고 피감기관으로부터 폭탄주를 곁들인 향 응을 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련의 사건 들이 떠오른다.
구 정치인들의 흉내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갑질을 하는 것인지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 으로 생각된다.
행정사무감사는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 회가 집행부의 행정을 감사하는 것으로 법률 로 보장돼 있다.
예산의 낭비는 없었는지, 예산 집행에 있 어 부정은 없었는지를 집중 감사한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피감자로부터 크고 작은 선물(?) 을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없는 행위로 단정 된다.
물론 쉽게 생각하면 감사로 고생하는 시의 원들께 그 지역의 특산물을 선물 형식으로 줄 수도 있다.
큰 금액이 아니고 작은 성의를 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봐지지만 감사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라 적절치 못했다 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 는 시의원들은 감사 중에 피감기관이 제공하 는 어떠한 혜택도 거절을 했어야 했다는 것 이다.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아무리 보잘것없 고, 하찮은 것이라도 받아선 안된다.
원칙에 입각한 감사가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시의원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우쭐해져서 본분과 의무를 망각하고 당연한 대우나 대접 으로 착각할까 두려운 것이다.
더욱더 기 막히는 것은 이러한 잘못을 지 적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한 동료 의원에게 일 부 의원들이 집단으로 조소를 보내고 불쾌감 을 표 했다는데 있다.
재발방지와 반성을 통해 깊이 성찰할 줄 모르고 잘못을 지적하는 동료 의원을 조직의 이탈자로 멸시를 했다고 한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피감기관으 로부터 로비를 받고도 잘못을 지적하는 동료 의원을 벌레 보듯 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필자를 욕할지도 모른다. 마늘과 참기름, 고사리, 계란 등을 받 은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 가라며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에 일어 난 일이란 걸 숙지해야 한다.
대가성이 있든 없든, 뇌물이든 선물이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주시의회는 한 단계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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