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황성신문 |
월성 내의 석빙고가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는 것은 돌로 만들었기 때 문이기도 하지만 어쩌 면 그만큼 백성들의 고 통을 줄여주고자 하는 관리(官吏)의 마음 때문 인지도 모른다. 석빙고 건축에 그러한 애민(愛民)의 마음이 있기 때문에 폭염이 찌는 여름, 석 빙고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더 없이 시원 스러운지도 모른다.
빙고(氷庫)는 얼음이 귀했던 옛날에 얼음을 저 장하였다가 얼음이 얼지 않는 기간에 꺼내 쓰던 얼음 창고이다. 옛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인공적 으로 얼음을 만들 수 없어서 추운 겨울철의 자연 적인 얼음을 채취하여 얼음이 얼지 않는 기간동 안 보관하여 사용하였다. 얼음 창고에 대한 기록 으로는 [삼국사기]에 지증왕 6년(505) ‘겨울 11 월에 처음으로 담당관청에게 명하여 얼음을 저 장하게 하였다.’ 라고 기록되어있다.
조선시대의 얼음 창고는 1396년(태조 5년)에 시작하여 1894년(고종 31년)까지 한강 하류 ‘두 모포’에 얼음 창고를 두어 왕실의 주방용과 고관 들에게 배급용으로 충당하였으며, 이것을 ‘서빙 고’라 하였다.
|  | | ↑↑ 경주 석빙고 연혁비 경주 월성(반월성) 석빙고 옆에 세워진 비(碑)에는 석빙고의 연혁이 새겨져있
는데, 그 내용은 영조14년(1738) 부윤 조명겸(趙明謙)이 해마다 새롭게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를 지어야
하는 백성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석재로 영구적인 창고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석빙고의 문지방
돌에는 그 4년 뒤에 현재의 위치로 석빙고를 다시 옮겨놓았다는 내용의 글이 새겨져있으며, 이 석빙고는
국내에서 전해져오고 있는 빙고(氷庫) 중에 가장 완벽하고 우수한 것으로 보물 제66호로 지정되어있다. | ⓒ 황성신문 | |
조선시대 얼음의 저장은 장빙감역관이 맡도록 하였는데 얼음보관이나 배분이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었기 때문에 여러 제왕들은 얼음관리 만 큼은 직접 챙겼다. 역대 왕 중 특히 얼음확보에 관심을 보였던 세조는, 1462년 겨울이 춥지 않자 좌의정 신숙주를 주무로 해 각도 관찰사에게 얼 음 수급 특별대책을 시달하고 장빙사를 파견하 기도하였다. 이에 더하여 1467년에는 왕족이나 각 판서를 빙고에 보내 얼음 보관 상황을 탐문했 다고 한다.
또한 동빙고와 서빙고 관리들의 기강이 해이 하다 하여 크게 진노했으며, 매일 날씨를 살펴 관리를 빙고에 보내 얼음 저장 상황이 어떤지 보 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직접 왕이 얼음 확 보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만큼 국가적 중대사였 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만 해도 얼음의 저장이 어려웠던 관 계로 당시의 시중가격은 무척 높았던 것으로 여 겨진다. 그런데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상온에 서도 녹아내리는 얼음의 특성으로 인해 얼음 관 리인들이 저장 얼음 중 일부를 사사롭게 내다 파 는 일이 빈번하였다. 이에 예종은 관리인들을 추 국(推鞫, 조선시대 의금부에서 임금의 특명에 따 라 중죄인을 신문하던 일)하라는 추상같은 명령 을 내리기도 했으며, 만약 빙고 관계자가 얼음을 녹게 했을 때에는 장 90대라는 중형에 처해졌다 는 기록도 있을 만큼 얼음은 귀한 물품이었다.
오늘날은 집집마다 냉동시설이 있고, 정수기 에서도 언제든지 사용하기 편리하게 얼음을 만 들 수 있어 얼음의 귀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그 러나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우리가 누리는 편리 함 이면에 반드시 그에 따른 희생이 수반되기 마 련으로, 현재 지구는 냉장고 및 에어컨의 냉매가 스로 사용되고 있는 프레온 가스에 의해 오존층 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지구의 온실화는 온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는 동물과 식물의 멸종을 가져와 전 지구의 환 경에 막대한 변형을 일으킨다. 비단 생태적인 문 제뿐만이 아니라 작물재배의 어려움으로 인한 식량문제, 생태계 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자 연재해 등 결국에는 인류 및 지구의 존속에 위협 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세계 곳곳 에서는 현재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금지하고 탄 소 배출을 줄이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을 하고 있다.
더운 여름날 우리들 스스로가 실내의 적정온 도를 유지하고 과도하게 얼음을 만들어 사용하 지 않는다면, 수천 년이 지난 미래에도 여전히 지구는 아름다운 행성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하 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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