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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의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5년 11월 23일(월)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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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화 활 동 을 하기위해 문화행사 를 구 상 하 는 것 이 아 니 라 지 원 금 을 받 기 위 해 구상하는 문화 활동이나 정부와 기업후원에 의지하는 문화 사업은 문화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문화가 관변 행사나 기업홍보로 전락하는 지름길입니다. 문화 유산 보호활동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의 문화자존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 도산 마애삼존불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큰 관심을 가져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 겠습니다.(문화유산편지 가족분들에게 이런 부탁 을 해놓고 보니 ‘문화재는 그만 아끼고, 마누라나 좀 잘 챙겨라!’ 하는 애증어린 아내의 목소리가 들 리는 것 같습니다. 남자분들 모두 문화유산과 아 내를 잘 보살핍시다!)
선도산(仙桃山)은 해발 390m의 낮은 산이지만, 사소(娑蘇)라는 신모(神母)가 신라 건국이전부터 살면서 서라벌을 지켜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산이다. [삼국유사]에 사소는 본래 중국 황제의 딸로 일찍이 신선의 술법을 체득하여 우리나라에 와서 머물면서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더니 아버 지인 황제가 솔개(소리개)의 발에 편지를 매어 부 쳐 이르기를, “솔개가 머무는 곳을 따라가서 집을 삼으라”고 하였다. 사소가 편지를 받고 솔개를 놓 았더니 날아서 이 산에 이르러 머무르므로 따라와 서 이곳을 집으로 삼고 땅의 신선이 되었다고 한 다. 이 때문에 산 이름을 서연산(西鳶山)이라 하였 으며, 사소는 오랫동안 이 산에서 자리를 잡고 서 라벌을 지켜준 성스러운 어머니가 되었다고 한다.
선도산의 8부 능선을 따라 축성된 서형산성(西兄山城)은 신라도읍의 서쪽 방어를 맡았던 대표 적 성이었으며, 성의 둘레는 약 2.9Km이다. 이 산 성이 언제 축조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삼국사 기]에 “신라 진평왕 15년(593)에 서형산성을 개축 하였다.”는 기록과 함께 “서형산성의 둘레가 2천 보였다.”는 것으로 보아 진평왕 또는 그 이전 시기 에 축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서형산성에는 소금을 보관하였던 창고가 있었다. [삼국사기]에 “애장왕 10년(809) 여름 6 월에 서형산성의 소금창고가 울었는데, 그 소리 는 소가 우는 것과 같았다.” 라는 기록이 있다. 소 금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 한 식품 중의 하나이며 고대사회에서 소금이 차지 하는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소금을 보관하는 창고가 산성 내에 있었다는 것은 이 산이 신라인들에게 소금과 같이 중요한 산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이곳 선도산 정상 가까운 암벽에는 거대한 마애 삼존불이 있는데 그 당당한 체구와 기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압도적이다. 높 이 6.85m의 본존불은 파손이 심하여 많은 부분이 탈락되었고 특히 머리와 얼굴의 위쪽 부분은 결락 되었지만 뺨, 턱, 눈, 코의 표현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협시보살은 몇 개의 조각으로 파괴되어 아래 계 곡에 굴러있던 것을 복원한 것이다. 왼쪽보살은 외손을 내려 정병을 잡고 있으며, 오른손은 가슴 에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있는데, 이 인상(印相)과 보관의 화불로 보아 관음보살로 추정된다. 오른쪽 보살은 파괴가 심하나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며 목 걸이 옷주름도 왼쪽의 보살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아 대세지보살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본존불을 새긴 암벽은 조각하기 어려운 안 산암에도 불구하고 조각한 것을 보면 이곳에 불상 을 꼭 만들어야만 한다는 신라인들의 불굴의 의지 가 느껴진다. 그러나 안산암에 새겨진 아미타본존 불 입상은 얼굴의 위쪽 부분과 몸체 전체에 균열 과 박락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어 동절기에는 조 그마한 결로(結露)와 결빙(結氷)현상만으로도 조 각의 부분들이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일 듯 말듯 훼손되어가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근년에 와서는 더욱 급격하게 훼손 이 되어가고 있다.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적들을 이대로 방치해 둔다면 얼마가지 않아 지금의 모습마저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근년에 들어 숭례문복원, 신라문화복원, 백제문화복원, 유교문화복원 등 굴직 굴직한 복원 및 정비사업들에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소중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러한 유적에 이르 기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성은 이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야외의 석조문화유산들은 환 경적인 변화와 암벽의 재질에 따라 자연적인 훼손 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문화재이다. 선도산 마애삼존불을 보면서 혹한 의 이 겨울 아무런 조치 없이 문화재 스스로가 훼 손되지 않고 새봄 맞이하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선 조들과 후손들에게 더할 수 없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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