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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겠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5년 12월 21일(월) 16:06
↑↑ 단속사지 동서3층석탑 통일신라 이래 천년 고찰로 고승이 속출하여 법통을 이어왔지만, 1568 년 유생들의 파괴와 정유재란으로 불타버린 후 재 건되었으나 현재는 폐사지로 남아있다.
ⓒ 황성신문
‘삼국유사’ 기록에 효성왕이 왕위에 오 르지 않았을 때에 한 번은 신충(信忠)이라 는 어진 선비를 데리 고 바둑을 두면서 말 하기를 ‘이 다음에도 그대를 잊지 않을 것 임을 저 잣나무를 두 고 맹세를 하겠다.’ 하자 신충이 일어나 감사한 마음에 절을 하였다.
몇 달 뒤에 왕위에 올라 공로 있는 신하들을 표창하면서 신충을 잊어버리고 차례에 넣지 않 았다.
신충이 원망스러워서 노래를 지어 그 잣나무 에 붙였더니 나무가 갑자기 누렇게 시들어 버렸 다. 왕이 괴상스럽게 여겨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 보고는 깜짝 놀라 말하기를 ‘정사에 바쁘다 보니 가깝게 지냈던 사람을 잊어버릴뻔 하였구나!’ 라 며, 곧 그를 불러 벼슬을 주니 잣나무가 그대로 살아났다. 이로부터 그는 두 왕대에 걸쳐 왕의 총애로 높은 벼슬을 하였다.
효성왕의 동생 경덕왕 22년(763)에 신충이 두 친구와 약속하여 벼슬을 그만두고 남악(南岳)으 로 들어갔다. 왕이 다시 그를 불렀으나 되돌아가 지 않고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그는 왕을 위 하여 단속사(斷俗寺)를 세우고 그곳에 살면서 종 신토록 속세를 떠나 왕의 복을 빌겠다고 청하니 왕이 이를 허락하였다.
공명은 끝이 없고
귀밑머리 먼저 희어지니
임금 은총 많다 해도 백년이 잠깐 일세
언덕 저편의 푸른 산 ‘절’ 꿈결에 자주보이니
그곳으로 나는 가서 향화 피워 우리임금 복 빌 리라.
‘삼국유사’ 권5, 신충괘관 조
자신이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윗사 람과 충심을 다하고도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물러나 자신을 알아주었던 윗사람을 위해 절개 를 지켰던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부러움과 교 훈을 함께 받고 있다. 언젠가부터 지키지도 않을 말을 내뱉고 말뿐인 약속을 하는 ‘말의 잔치’ 속 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왕이 잣 나무를 걸고 신충에게 맹세했듯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각기 수없이 많이 맹세한 것이 있 었을 것이며 사소한 맹세라도 지키는 것은 어떨 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을 쓰면서 ‘물방울 다이아’, ‘명품 핸드백’ 도 다 싸줄 것처럼, 말 한지 10년이 훨씬 지났지 만 아직도 못해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 하다.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 라며,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하면 ‘어느 세월 에...’ 라는 답변이 돌아오겠지만, 한국의 모든 남 편들은 신충이 왕을 위하였던 마음처럼 아내들 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주기를 기대해 본다.
ⓒ 황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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