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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결이 생각한 가장의 의무는 무엇일까?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6년 01월 25일(월) 17:27
 
 
ⓒ 황성신문 
삼국사기 기록에 신라 자비왕 때의 음악가로 알려진 백결선생은 그의 이름과 가계 등 그의 신상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되어있다. 다만 낭산 기슭에 살던 빈한한 선비로 세상일에 달관하였던 인물로 전한다. 집이 가난하여 옷을 백 번이나 기워 입어 마치 비둘기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너덜너덜한 행색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는 거문고를 가지고 다니면서 무릇 기쁨과 성냄, 슬픔과 즐거움 그리고 마음에 편치 않은 일들은 모두 거문고로 펴냈다.
어느 해 연말 이웃 동네에서 곡식을 방아 찧었는데 그의 아내가 절구공의 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곡식이 있어 방아질을 하는데 우리만이 곡식이 없으니 어떻게 해를 넘길까?’하고 한탄하였다. 선생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하며 말하였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는 하늘에 달린 것이라! 오는 것을 거절할 수 없고, 가는 것은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인데 그대는 어찌 마음 상해하시오? 내 그대를 위하여 절구공이 소리를 지어서 위로해 주리다.’ 이 노래가 세상에 전하여 져서 그 이름을 ‘방아타령’이라고 하였다.
백결과 그의 부인은 그 곤궁함을 어떻게 견디어 내었을까? 몇 발자국의 지척거리에 궁궐과 화려한 저택들이 즐비한 서울(경주)에는 풍악소리와 사치스러움으로 흘러넘쳤을 것이다. 사방에 들리는 풍악소리보다 가난한 남편의 미안한 마음이 담긴 거문고 소리로 마음을 달랬다면 분명 그녀로 인해 백결이 역사에 남은 예술인이 되었을 것이다.
맹자도 일찍이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반 백성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하지 않았던가?
백결선생처럼 재주도 없고 경제력이 부족한 이 시대의 가장들은 무엇으로 아내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올해 출간하고자하는 ‘신의 숲, 왕의 산’이라는 제목의 낭산유적 안내서의 최종 교정을 위하여 늘 찾는 이곳, 봄비 같은 겨울비 내리는 오후, 업무시간이지만 잠시 틈내어 걸으면서 나 역시도 늘 풀지 못하는 하나의 ‘화두’ 이다. 문득 이번 주 편지의 내용에서 벗어난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윤영무, 2004,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중에서 고도원이 발췌한 아침편지(2004. 6. 22)의 글이 떠오른다. 이 구절을 인용하여 차남과 막내들을 대표하여 대한민국 장남들의 심정을 감사한 마음으로 대변해본다.
우리 시대 장남이란, 고개 숙인 한국 남성의 표상이다. 제사라는 굴레를 아내에게 씌우는 남편으로서, 동생들을 보듬어야 할 능력 없는 큰형으로서, 또 조만간 생계 능력을 상실할 부모를 모셔야 할 큰아들로서 이중삼중, 책무만을 지닌 존재일 뿐이다. 이미 파탄이 난 결혼 생활을 접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훌쩍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 하는 현실의 포로인 것이다. ‘왜 나는 장남으로 태어났을까!’ 살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본다면 백결선생은 가장으로서 의무감을 져버린 무책임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느새 자리 잡아 버린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아내의 걱정을 잠시나마 덜어주려 방아타령을 불러주는 그의 마음에서만은 각박한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적인 빈곤이 아니면 가난은 마음에서 오는 상대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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