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 희 옥 새 누 리 당 비 상 대 책 위 원 장
(2002.6.16) 동국대학교 총장재임시절 필자와
함께 경주남산 용장사지 3층 석탑에서 기념사진.
총장님께서 한국의 정치가 디오니소스형 정치를
하시던지 아폴로형 정치를 하시던지 역사의 진전
이 있는 정치에 기여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
니다. | ⓒ 황성신문 |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조선을 대표 하는 성리학자이며 정치가였지만 그들 이 처한 환경은 같지 않았다. 이황의 이기 이원론(理氣二元論) 은 주희의 이기론과 그 사상이나 구조가 똑같은 것이었다. 이 는 이황에 이르러서야 조선의 성리학 수준이 남 송 때 주희가 집대성한 성리학을 완벽히 이해하 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성리학 은 고려말에 전래되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성 리학에 대한 이해수준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이황이 주희의 성리학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조선 성리학이 완성된 것은 아니 었다. 이해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 즉 성리학을 조선시대에 맞게 접목시키는 것이 이황 이후의 사림파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 과제를 실현 한 인물이 바로 이황 보다 35세 아래인 율곡 이 이였다.
이황은 훈구파와 사림파가 마지막 정쟁을 벌 이는 과도기의 정치가였다면 이이는 사림파가 오랜기간 정치 투쟁 끝에 훈구파를 물리치고 정 권을 장악한 시기의 정치가였다. 이전의 사림이 야당의 입장이었다면 이이가 활동하던 시기의 사림은 집권당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사화(士禍)시대의 정치가였던 이황에게 현실 은 부정한 훈구파가 장악하고 있는 부정의 대상 인 기(氣)였다. 이황은 사화를 통해 지고한 이상 이 저열한 현실에 좌절되고 억압받는 것을 뼈저 리게 느꼈다. 따라서 이황에게 기(氣)는 이(理) 에 의해 극복되고 지배받아야 할 저열한 대상이 었다.
그러나 사림이 정계의 주도 세력으로 변화된 사회속에서 현실을 바라보아야 했던 이이는 달 랐다. 사림파가 야당의 입장이었을 때 그들은 훈 구파에 대한 부정의 논리만으로 충분했지만 사 림파가 집권한 이상, 부정의 논리만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이이에게는 현 실과 이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일체였다. 이이가 이기일원론 등 이황의 사 상을 달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또한 집권 한 사림파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사회에 대 한 이상과 실천 방안이었다.
사림파가 집권에 성공한 선조 때는 국내외적 으로 난제가 중첩된 시기였으며, 사림파는 집권 후 이런 정세 인식의 차이 등으로 분열되었다. 사림의 분열은 당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당 쟁은 집권한 사림파가 정치관(政治觀)의 차이 등 으로 분열하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사림파에 대 한 훈구파의 공격이 사화(士禍)라면 사림파 내부 의 분열이 바로 당쟁(黨爭)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지나 온 역사시대와 비교하여 본다면 훈구파로 인하 여 사림이 숙청되는 사화의 시대인지?, 사림파가 정권을 잡은 후 당쟁의 시대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역사에 있어 한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는 과도기 단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정치는 ‘정열적이고 환상을 즐기며 경 쟁심이 왕성하고 우월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디오니소스형 정치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온화 하며 질서를 존중하고, 경쟁심이 없고 중도를 생 활원리’로 하는 태양신 아폴로형 정치를 하고 있 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퇴계와 율곡의 정치를 보고싶다. 율곡은 22살이 되던 해 결혼하여 부인과 함께 성주 처가 에서 첫 해 겨울을 보낸 후 이듬해 봄 외가인 강 릉으로 가는 도중에 그는 예안에 있는 퇴계선생 을 만나게 되었다. 그 때 퇴계는 58세 나이의 경 륜을 갖춘 대학자였고, 율곡은 스물세살 아직 사 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청년이었음에도 퇴계의 집에서 사흘간 머물면서 학문과 인생에 대하여 나아갈 바에 대해 퇴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 고, 그 인연으로 인하여 사제관계를 맺게된다.
세월이 지나 퇴계와의 첫 만남이 있은지 12 년 후 퇴계가 세상을 떠나자 율곡은 그를 위하여 ‘만사(輓詞)’를 지었으며 스승에 대한 예로 흰 띠 를 두르고 ‘심상(心喪)’을 하였다. 우리는 경쟁사 회에서 각기 뜻한 바를 이루고자 치열하게 살고 있다. 정치 또한 치열하고 냉열하게 진행되고 있 어 퇴계와 율곡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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