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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괴롭히는 장질환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18일(월)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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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변비로 고통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변비가 심해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 48만 5,696명에서 2012년 61만 8,586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10명 중 4명은 변비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환자 625명 가운데 62.3%가 6개월 이상 변비 증상을 겪었는데, 이 중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15%에 불과했다.
▶ 현대인을 괴롭히는 변비란 무엇일까.
음식물이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을 거치면 대변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직장, 항문을 통해 배설되며 이 소화기관을 둘러싼 근육이 적절히 움직여야 바깥으로 원활하게 배출된다. 보통 하루 200g 정도의 대변이 규칙적으로 나오는데 3~4일에 한 번만 대변을 보더라도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정상이다. 만약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3~4일에 한 번 배변하는 것도 힘이 들거나, 대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거나, 대변이 딱딱해서 잘 안 나오거나, 힘을 지나치게 많이 줘야 한다면 변비로 볼 수 있다. 배변량이 많더라도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하이거나 배변 주기가 불규칙하면 ‘이완성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란 변이 장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부피가 작고 단단한 변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일반적인 변비와는 달리 변을 보지 않아도 고통스럽지 않다. 이 같은 증상은 대장의 운동력이 약해져 생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속이 더부룩하며 아랫배 쪽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그 증상이 소화불량과 비슷해 변비로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변비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 변비가 생겼다면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대 변의 양과 물기가 비정상인 경우, 둘째는 장(腸)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우, 셋째는 변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잘 못 하는 것이다. 먼저 변비 환자 중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변의 양이 적은 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적게 먹으면 그만큼 음식물 찌꺼기도 적기 때문에 대변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변 부피가 작기 때문에 배출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먹는 양을 늘리거나, 이 방법이 부담스럽다면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식이섬유를 1g 섭취하면 대변량이 2.7g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식이섬유가 장 속 음식물 찌꺼기의 수분을 모으고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몸 속 수분이 부족해서 대변이 딱딱해지는 경우에도 변비가 생긴다. 수분 섭취량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커피, 짠 음식, 술 등을 많이 섭취해서 이뇨 작용이 활발해지는 것도 장에는 문제가 된다. 특히 식이섬유 식품을 섭취한 후 충분한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식이섬유가 몸 속 수분을 모두 끌어들이고 배출돼, 결과적으로는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 식품의 섭취와 더불어 하루 1.5~2L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적게 걷는 노인의 변비 유병률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활동량이 적으면 장의 연동 운동 기능이 저하된다. 연동 운동 기능이 저하되면 장 속에 대변이 가득 차 있어도 이를 밀어 내지 못해서 변비가 생긴다. 이런 경우는 하루 30분~1시간씩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변 욕구가 없는데 신문이나 스마트폰 등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역시 변비를 부추긴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장이나 항문이 자극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변기는 변을 보고 싶을 때만 앉고 변 보기에 집중해야 하며 앉는 시간이 최대 1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 무분별한 변비약 섭취는 장 건강에 독
변비약은 변의 형상을 부드럽게 하거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쉽게 해 준다. 이 때문에 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일상적으로 변비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변비약은 장 점막을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 과도한 자극으로 장이 무력해질 수 있다. 습관적이고 과도한 변비약 복용은 몸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약을 오래 복용하다 끊었을 때 변비가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조하고 딱딱해진 변이 직장에 정체된 상태인‘분변매복’ 현상도 만성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변비약을 오래 복용한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특히 변비약을 오래 복용하면 우리 몸에서 요구하는 비타민 등 다른 영양소가 미처 흡수되기 전에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몸 속 염분과 영양소들의 정상적인 균형이 깨진다. 또한 변비약에 길들여지면 약 없이는 대장이 운동하지 않는 ‘게으른 장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완성 변비가 지속되다가 만성 변비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변비로 대장 내 숙변이 쌓이면 혈압이 올라가고 뇌출혈이 올 수 있으며 치질, 직장암, 대장암 등 심각한 대장 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질병의 신호인 변비
변비는 질병의 증상인 경우도 있다. 대장 속에 암 덩어리가 증식해 변을 막고 있거나 직장이 막히는 질환, 대장의 신경세포가 둔해지는 질환 등이 있을 때가 그렇다. 만약 갑작스러운 변비로 변비약을 복용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실천해도 한 달 이상 변비가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과 파킨슨병이 있으면 공통적으로 변비가 잘 생긴다. 대장암은 암세포가 변이 지나가는 길을 막는다. 파킨슨병은 이로 인해 생긴 이상(異常) 단백질이 장 신경에 쌓여 장 운동을 방해한다. 50대 이후 대장암, 파킨슨병으로 생기는 변비 증상은 생활 습관을 바꿔도 차도가 없다. 중장년층에게 혈전과 변비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의 신호일 수 있고, 손 떨림과 변비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파킨슨병 증상일 수 있다. 이때는 단순 변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검진을 받아 봐야 한다. 보통 해당 질병을 치료하면 변비 증상까지 같이 좋아진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잘 하는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변의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장의 신경세포가 둔해졌거나 죽어서 생기는 대장무력증일 수 있다. 대장은 근육으로 움직이는데, 신경세포가 둔해지거나 죽으면 대장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변이 대장을 무척 느리게 통과하는 대장무력증이 나타난다. 이 증상은 발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선천적으로 대장의 신경세포가 둔하거나 변비약의 오남용을 원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신경세포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생활 습관을 개선한다고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약효가 강한 장운동개선제 등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해야 한다. 심한 대장무력증의 경우에는 대장을 잘라 내고 소장과 직장을 연결하는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대장 운동은 정상이지만 직장이 막히거나 열리지 않아 변이 나오지 못하는 ‘출구폐쇄형 변비’도 병원에 가야 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은 변을 보고 싶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변이 거의 나오지 않고, 속에 변이 없더라도 뱃속에 변이 남은 것처럼 변의를 느낀다는 특징이 있다. 이럴 경우는 직장 구조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생활 습관으로는 고치기 어렵고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슷한 증상으로 대장 운동은 정상이지만 항문 주위 근육인 치골직장근이 이완되지 않아 직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치골직장근 이상항진증’도 있다. 이 경우에도 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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