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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들이 심은 두 그루의 구상나무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6년 08월 01일(월) 17:26
↑↑ 경주부 동헌 앞의 두 그루 구상나무(2014. 3) 이 곳은 조선시대 경주부 동헌이 있었던 곳이며, 현재 동헌은 없어지고 동헌의 살림집인 내아 건물만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경주문화원 향토사료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질곡의 사연 때문일까, 무성해야 할 두 그루의 고목은 가지가 잘려나가 조금은 휑하다
ⓒ 황성신문
경주문화원 향토 사료관 앞에는 두 그 루의 구상나무가 오 랜 역사를 안고 서 있다. 그 중 사진의 왼쪽 나무는 스웨덴 의 구스타프 6세 아 돌프 왕세자가 국왕 이 되기 전 경주방문 을 기념한 식수이다. 스웨덴의 구스타프 6세 왕세자는 신혼여행 차 일본에 들렀다가 조선의 경주에 많은 고분이 있 고, 고분에서 금관이 출토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 하고 부인 루이즈와 동생 내외를 데리고 경주를 방문하게 된다.
그는 고고학을 전공한 학자로 세기적 발굴인 이 고분 발굴에 참여하고 싶어, 부산항 부두에 내려 곧장 경주로 왔다. 경주에 도착한 그는 석 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고 경주 최부자 집에서 한국식 만찬을 접하며 다음날 서봉총 발굴을 기 대한다.
서봉총의 발굴은 당시 경주분관 박물관장인 모르가가 이 무명의 고분을 발굴키로 결정하고 그와 절친하던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에게 교 섭하여 파격적으로 총독의 기밀비 3천원을 얻어 고이즈미 아오키씨를 책임자로 하여 1926년 9월 중순경에 발굴을 시작하였다.
다음날 왕세자는 발굴책임자인 고이즈미와 함 께 유물층까지 도달해 있는 고분발굴조사에 참 여를 하게 되고, 이때 일본인 발굴자들이 왕세자 에 대한 예우와 이벤트성으로 금관을 노출하게 하였다. 이로 인하여 고분의 이름이 ‘서봉총’이라 고 불리워 지게된다. ‘서봉총’이라는 것은 스웨덴 을 한자로 ‘서전국’이라 표현함으로 첫 자인 ‘서 (瑞)’자와 금관에 부착된 장식이 봉황의 모습을 닮았으므로 ‘봉(鳳)’자를 따서 그렇게 지었던 것 이다. 이때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하여 경주분관 박물관을 둘러보고 기념식수를 하게 된다.
이 보다 조금 앞서 비슷한 시기에 심어진 오른 쪽 한 그루의 나무는 일본의 황족인 다카마쓰 노 미야가 1926년 9월 21일 즈음에 식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은 다카마쓰 노미야가 원성 왕릉(괘릉)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 좌우에 각각 ‘大正十五年九月二十一日(1926.9.21)’로 기록되 어 있기 때문이다.
다카마쓰노미야(高松宮)는 대정천황(大正天皇)의 4남 중 3남으로 1905년에 태어났으며, 당 시 제국주의 관례에 따라 첫째 아들 소화천황(昭和天皇) 외에는 모두가 군인이 되어야 했기에 그 는 해군이 되었다. 따라서 1926년 경주방문은 해 군의 훈련과 동시에 황족외교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26년 10월 10일 스웨덴의 왕세자 구스타프 6세의 기념식수에 약간 앞서 다카마쓰 노미야가 조선총독인 사이토 마코토(齋藤 實) 부 부 및 몇몇 관료와 함께 경주분관박물관을 방문 하였을 때 심은 나무가 사진의 오른쪽 나무이다.
올해 봄부터 2016년 연말까지 국립현충원에 식재된 가이즈카 향나무 등 일본 수종의 나무들 을 제거한다. 그 이유는 국가적 기념시설에는 해 당 국가를 상징하는 조경수를 식재해 국가적 정 체성을 구현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적 종합정비계획의 수립 및 시행에 관한 지침’에도 사적 정비시 외래 수종은 가급적 제거 하고 전통 수종으로 정비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군사작전을 하듯이 일본 수종의 나무 라 하여 모두 제거한다는 것에는 좀 더 깊은 논 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세계역사상 이웃나라 사 이에 전쟁과 평화를 번갈아 반복하지 않은 나라 가 없었듯이 우리도 그러한 역사를 겪었으며, 이 러한 역사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양국이 가지는 정서와 역사적 환경에서는 이질감보다는 동질감 이 많다. 요즈음 한일 관계가 매우 민감한 상황 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역사인식에 대한 문 제와 영토문제 등은 오랜 기간 양국의 갈등으로 진행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서로 협력자가 되지 않으면 양 국 모두 국제사회에서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가져야 한다. 나무에도 역사적 가치 와 시대적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경주문화원에 심어진 구상나무를 보면서 외교적 마찰 때마다 가지가 잘려나가고 벌목의 위험과 모진 풍상을 겪으며 자라온 저 나무를 이제는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먼 훗날 저 나무는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변 신 할 것이며, 일본 천왕도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서 이곳을 방문할 지도 모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그루 앞에 있는 산수유가 곧 꽃망울을 터뜨리려하고 있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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