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관련된 문헌을 찾아보면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서 그 역사는 1만8천 년 전 중간 석기시대, 즉 빙하시대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와 있다. 가장 오 래된 흔적은 북유럽의 같은 시대의 유적에서 발견된다.
개는 옛날부터 번견(番犬)으로 사육돼 왔 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특히 규방(閨房)의 번견으로 사육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투 견의 역사도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 이 시대에는 군용견으로서 전쟁터에서 쓰 이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의 민속에서는 개 가 유령 ·악령 ·신 및 죽음을 고하는 천사를 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와 인간생활과의 관계는 구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야생 개를 식용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지만 적극적으 로 가축화한 것은 외적 내습의 통보와 수렵 등의 용도를 목적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개를 길들이는 과정은 적어도 1만 2천 년 전에 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개와 동물의 분포는 아시아에서는 늑대, 인 도들개 등이 있었고, 유럽에서는 늑대와 자 칼, 그리고 북미에서는 늑대와 코요테가 있 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게 야생에 분포돼 있던 개는 어느 땐 가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 다. 소가 농사일을 도왔다면, 개는 집을 지켰 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일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도록 집을 비우기가 일쑤였고, 주인이 집을 비운 빈집에서 개는 도둑들로부터 집을 지켰다.
또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사냥이나 식용으 로 이용되기도 했다. 우리는 옛날부터 개에 담긴 무용담은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술에 취한 주인이 풀밭에 쓰러져 있는데 갑자기 불이나자 주인 곁을 지키던 개가 자 신의 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끄고 주인을 살렸 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우리 삶에 있어서 개는 철저하게 인간에게 충성을 해왔다.
우리는 흔히 되먹지 못한 인간을 두고 개 만도 못한 놈 이라는 말을 한다. 그처럼 개는 배신을 모르는 짐승이다.
그렇게 인간과 끈끈한 맥을 이어오던 개는 마당에서 안방으로 침투하는 ‘반려 견’이라 는 이름으로 현대 인간들에게 접근해 왔다. 한집건너 한집에 반려견을 기를 정도로 개는 우리의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 미용실, 개 호텔, 개 카페, 병원 등 현대 의 개는 ‘개 팔자 상팔자’로 통할 정도로 인 간과 가까운 곳에서 가족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경주개 동경이가 하객들의 축하 를 받으며 결혼식을 가졌다. 물론 축의금도 받았다. 동경이 암·수 한 쌍이 결혼식을 올리 고 신방까지 꾸몄다.
경주개 동경이는 신라 때부터 길러 왔다 고 한다. 멸종 위기에 처해있던 동경이를 동 경이 보존협회에서 고증을 거쳐 혈통을 보 존하며 개체수를 늘이고 있다. 현재 동경이 는 400여 마리로 아직도 개체수가 부족한 상 태다.
보존회는 앞으로 동경이의 개체수를 늘려 일반인들에게도 분양을 한다고 한다. 신라 때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길러온 동경이를 보 존하고 보호해야할 의무도 우리에게 있다.
동경이 뿐만 아니라 개는 한번 맺으면 배 신할 줄 모른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 설속의 개들처럼 우리 인간이 ‘개보다 못한 놈’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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