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경제인들이 가장 두려 워하는 것이 그 기업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이다. 근거도 없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돌다가 결국은 괴담으로까지 번 져나간다.
설사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시적인 어려움을 마치 회복 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은 것처럼 악성루머로 번지면서 최후에는 부도라는 사태를 맞게 된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도 기업 의 악성루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규모 5.8 이라고 하지만 경주지역 피해는 미미한 편 이다.
그러나 중앙 매스컴들은 마치 경주라는 도시가 사라진 듯 연일 떠들고 있다. 전쟁이라 도 난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정치인들과 중 앙정부도 한 몫 거들고 있다. 경주를 걱정한 다는 정치인들과 중앙정부가 경주를 망하게 라도 하듯이 앞 다퉈 생색내기용 발언을 내 뱉고 있는 것이다.
총리가 오고, 각 부처 장관들의 방문이 줄 을 잇고, 국회의원들이 줄기차게 경주를 드 나들고 있다. 별 볼일 없는 폼 잡기용 방문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별재난지역도 좋고 특별교부세도 좋다. 그러나 그들의 동선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언 론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전 국민의 시선이 경주로 쏠리게 된다.
1인 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가 경주에 와서 한 말이 돈 5억 줄 테니 알아서 하 라고 했단다.
온갖 이목을 이끌고 경주로 온 총리가 돈 5 억을 들고 와서 생색을 내고 돌아간 것이다. 누가 오라고 했나. 누가 돈 달라고 했나.
왜 반기지도 않는 걸음으로 전국에 경주를 ‘사람살 수 없는 도시’로 만드는가. 관계부처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경주를 방문해서 카메라 플러시에 폼 만 잡고 가는 양반들이 왜 경주를 재앙지역 으로 만드나.
경주시민들이 그들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것은 떠들지 말고 조용히 다녀가라는 것이 다. 피해조사를 위해 방문을 한다면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경주시와 커뮤니케이션을 통 해 조용히 피해 진상만 확인하면 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재정을 지원해 준다 한들 30~50%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돈 몇 푼 들고 폼만 잡고, 생색내는 그런 방문을 경주시민들은 반기지 않는다.
추석연휴 관광객들이 예약한 호텔 등 숙박 시설 예약이 90%가 취소되고, 학생들의 수 학여행 등 일정이 잡혀있던 모든 예약이 취소되는 등 지금 경주는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단지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정치인들, 그리고 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경주시민들 사이에 서 나오고 있다. 종편은 물 만난 고기마냥 택도 아닌 사람들을 지진 전문가라며 초대해서 경주를 24시간 씹고 있다.
경주에 무슨 일이 있나? 이번 지진으로 경주지역 기와장이 떨어지는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 했다. 또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다. 역사문화도시는 자연히 문화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문화재는 천년 이상을 견디어 오 다보니 구조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 실이다.
더욱이 경주는 고도보존법에 묶여 전통기 와집이 경주의 정통성을 의미하고 있다. 기와는 지붕에 그냥 얹혀 있는 구조물이다. 바람만 강하게 불어도 기와장이 떨어지는 경우 가 허다하다. 그런 것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 은 경주시 전체가 폭삭 내려앉은 것 같이 떠들고 있다. 매일 ‘경주지진, 경주지진’을 외치 고 있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정치권은 진 정으로 경주를 생각한다면 조용히, 그리고 무엇이 경주를 위하는 길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경거망동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앞으로 는 ‘경주지진’이라는 말도 삼가고 9·12 지진으로 부르기 바란다. 왜냐면 경주는 지진을 잉태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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