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출지 전경(경주시 남산동 973) [삼국유사]에 신라 21대 소지왕(炤智王)은 즉위 10년(488) 왕이 천천정(天泉亭)으로 거동 하였더니 이때에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다. 쥐가 사람의 말로 말하기를, ‘이 까마귀 가는 곳으로 따라가 보소서’ 라고 하였다. 왕이 말 탄 군사를 시켜 그 뒤를 밟아 쫓아가 보게 하였다. 군사가 남쪽으로 피촌(避村)에 이르러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것을 머뭇거리면서 구경하다가 그만 까마귀가 간 곳을 놓쳐버렸다. 길가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에 마침 웬 노인이 연못 가운데서 나와 편지를 올 려 왕의 목숨을 구했다. 이에 글이 나온 연못이라 하여 서출지(書出池)라 부른다. | ⓒ 황성신문 | |
[삼국사기]에 의 하면, 신라 21대 소지왕[소지마립간]은 자비왕의 맏아들로 어려서부터 부모를 잘 섬겼을 뿐만 아니 라 겸손과 공손한 마 음으로 스스로를 지키자, 사람들이 그에 게 감동을 받아 모두 그를 따랐다.
한편, 소지왕 재위 22년(500) 가을 9월에 날이군(捺已郡: 경북 영주)에 거동하였는데 그 고을 의 파로(波路)라는 사람이 미모의 딸, 벽화(碧花)에게 수놓은 비단옷을 입혀 수레에 태우고는 색 깔 있는 명주로 덮어 그에게 바쳤다. 소지왕은 파로가 음식을 보낸 것이라 생각하고 열어보니 어린 소녀여서 괴이하게 여기고는 받지 않았다.
그가 왕궁에 돌아와서는 그리운 생각을 가누 지 못해 두세 차례 몰래 그 집에 가서 벽화를 잠자리에 들게 하였다.
어느 날 소지왕은 고타군을 지나다가 늙은 할멈의 집에 묵게 되어 그녀에게 ‘지금 사람들 은 나라의 왕을 어떤 임금으로 여기는가’ 라 고 물으니, 늙은 할멈이 대답하기를 ‘많은 사람 들은 성인(聖人)으로 여기지만 저만은 그것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듣건대, 임 금께서는 날이군의 여자와 잠자리하러 여러 번 보통 사람들이 입는 옷을 입고 온다고 합니다. 무릇 용이 물고기의 옷을 입으면 고기잡이에 게 잡히고 맙니다. 지금 왕은 가장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스스로 신중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 을 성인이라 하면 누가 성인이 아니겠습니까‘ 王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럽게 여겨 곧 몰래 벽화를 아내로 맞아들여 별실에 두고 아들 하 나를 낳았다.
늙은 할멈이 왕에게 충고한 것은 귀한사람이 가볍게 돌아다니고 처신한다면 천한 사람에게 곤욕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시골 늙은 할멈의 충고를 만승지위(萬乘之位: 전쟁에 전차 1만대를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을 가 진 지위)에 있던 소지왕이 기꺼이 받아들인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어떠한 충고라도 잘 받아들이는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요즈음 매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귀한 사람들 중에는 모함 받아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라는 속담을 생각하며 나부터 더욱 자신을 수신(修身)하여야 할 것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한다면 우리 모두는 안민가(安民歌)를 부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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