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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서의 기생충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12일(월) 16:22
 어느 기생충학자가 “비만형인 사람에게 기생충을 감염시켜 다이어트 효과를 낼 수도 있지 않겠어요?”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실제로 일본 학자 한 분은 동해긴촌충과 사촌이나 오촌격인 무구조충(Taenia saginata)을 의도적으로 25년간 자신의 뱃속에 별 탈 없이 갖고 있은 일이 있었다. 기생충 중에는 극도로 진화하여 사람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사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종류도 많다.

▶ 기생충 이용한 알레르기병 치료

아메리카구충(십이지장충)이나 개구충(개의 십이지장충)은 끈질기게 피해를 주는, 병원성이 높은 기생충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지천식 환자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그것은 장내에 구충, 회충 등 기생충을 가진 사람 또는 가진 경험이 있는 사람이 기생충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천식 발생 빈도가 유의하게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현상(장내 기생충을 가진 사람에서 천식 빈도가 낮은 현상)은 역학적 및 임상적으로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다만, 환자 치료에는 아메리카구충(Necator americanus; 십이지장충의 한 종)을 보통 10마리만 감염시키는데(많이 감염시키면 심한 빈혈이 올 수 있음) 그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좀 더 많은 수를 감염시켜야 Th2 면역반응이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천식과 빈혈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빈혈이 좀 생겨도 천식이 호전되는 편을 환자들은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천식이 호전되면 빈혈은 구충제 투여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 톡소포자충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가능할까?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은 적혈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숙주세포에 침입할 수 있는 세포내 기생 원충의 대표적인 종으로 특히, 림프계 세포를 잘 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에도 잘 침입하여 면역학적 연구를 위한 세포내 기생충 모델로서도 늘 이용되고 있는 원충이다. 우리 연구진(서울의대 신은희 교수 등)은 톡소포자충 Me49 주를 감염시킨 마우스에서 뇌의 면역기능이 억제되는 데에 착안하여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 톡소포자충 Me49 주를 감염시켜 알츠하이머병(치매 중 한 유형임)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완화할 수는 없는지 관찰해 보기로 하였다.
실험결과는 놀라웠다. 우리는 톡소포자충(Me49 주)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도록 유전자 조작된 마우스에서 유의하게 그 진행을 저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연구결과를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치료나 예방에 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우스 실험으로 얻은 결과를 사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단계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톡소포자충이 숙주의 면역기능을 억제하므로 원치 않는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또한, 다른 이유로(면역억제제 복용, AIDS 감염자,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억제 상태가 된 환자는 톡소포자충 감염으로 인해 심각한 뇌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 기생충을 이용한 암 치료가 가능할까?

만일 암 치료에 기생충을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분야다. 1971년 톡소포자충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Remington J. S. 박사 팀은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 또는 젤리슨포자충(Besnoitia jellisoni)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마우스는 감염되지 않은 마우스에 비해 유방암과 다른 3가지 암 발생이 유의하게 낮았음을 관찰하였다. 이듬해인 1972년 이 연구팀은 유명한 학술지 Science에 이러한 항암작용이 활성화된 대식세포에 의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한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이 가설(톡소포자충의 암 억제 작용)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급물살을 타게 된다. 1985년 Suzuki Y. 박사팀은 Lewis 폐암에 걸린 마우스의 폐암 조직 부근에 포르말린에 고정된 톡소포자충을 주입하였더니 암 덩어리가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어서 이 연구팀은 같은 방법으로 실험하여 EL4 림프종(암의 일종임)도 덩어리가 줄어들었음을 관찰하였다. 1999년에는 Varga A. 박사팀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마우스의 림프종세포와 사람의 위암세포에 톡소포자충을 직접 감염시키거나 충체 추출물을 주어 처리하면 이러한 저항성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그를 통해 발표된 논물들은 아직 동물실험 정도의 수준으로서 사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문이 남아 있다.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며, 숙주에 대한 부작용은 없는지, 다른 항암 요법을 능가할 만한 효과가 있는지, 다른 기생충은 항암 효과를 전혀 나타내지 않는지 등등 많은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논문들은 최소한 톡소포자충 항원을 주입하여 숙주의 면역반응을 끌어올림으로써(톡소포자충을 직접 감염시키면 오히려 면역억제 현상이 나타난다) 암에 대항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 믿는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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