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계란이 유일한 영양분 섭취의 보고였다. 귀한 손님이 오거나 할 때면 우리의 부모님들은 계란을 쪄서 상위에 올렸다. 또 50대 이상의 나이가 든 사람들은 누구나 계란에 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부자집 아이들은 도시락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 점심시간이면 같은 반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곤 했던 추억이 있다.
그 때는 계란이 가정 경제에도 한몫을 했다. 지금처럼 닭을 대량으로 사육하며 계란을 생산한 것이 아니라 집에 몇 마리의 닭을 풀어놓고 장이 서는 날이면 부모님들은 며칠 동안 모아놓은 계란을 시장에 내다팔고 했던 시절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영양 보충을 해 주던 계란이 지금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살충제 계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살충제 계란은 왜 나왔을까.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을 ‘자연의 역습’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인간의 편의추구와 자연파괴 행 위가 결국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 왔다는 것이다. 공장식 축사에서 면역이 떨어진 닭에 진드기가 생기자 살충제를 마구 뿌려댄 것이다. 계란대량 생산을 위해 공장식 축사에서 닭을 키우고 닭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까지 조성되면서 결국 살충제 계란 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전국 산란계 농장 120곳(닭 1천400만 마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닭 진드기에 감염된 닭의 비율은 94.2%에 달했다고 한다.
닭 진드기는 밀집사육과 기후 변화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대량으로 퍼졌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지함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에서 국회의원들의 ‘살충제 계란’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버벅 거렸다.
류 처장은 지난 16일 국회보건복지위 업무 보고에서 살충제 검출계란 조사 상황이나 간 단한 현안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며 쩔쩔맸다고 한다.
살충제 계란 유통경로도 파악하지 못하고 계란이 도매상으로 갔는지, 소매상으로 갔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내산 달걀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으니 국 민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때는 이미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계 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류 처장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 부처의 업무도 파악하지 못하는 이런 인간에게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라고 맡겨 놓았으니 살충제 계란이 아니라 이보다 더한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17일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류 처장에게 수입 계란의 안전성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고 한다.
류 처장은 상당수 질문에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이런 질문은 국 민들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것 같 으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류영진 같은 식 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국민건강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편의주의를 추구하고 기후 변화와 환경이 파괴되면서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재난이라면 여기에 대한 대책 또한 완벽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고 국민건강을 책임져야할 관료들의 무지함으로 인해 국민이 고통을 받 는다면 그 나라는 이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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