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정계은퇴 선언을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없다. 그들은 정계은퇴와 번복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20대 총선 때 호남 유세에서 “호남에서 지지를 못 받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했으나 번복하고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손학규 전 의원이 그랬고, 김한길 전의원도 은퇴에서 복귀로 회귀했다.
3·15 부정선거로 국민들의 반발에 부닥친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깨끗이 대통령직에서 하야 했다. 이 말은 대대로 국민들 가슴에 길이 남 는다.
권력이란 크던 작던 한번 잡으면 영원히 놓치기 싫은가 보다. 지금 경주는 최양식 시장의 3선 포기의 배경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선거가 9개월이나 남아있지만 최 시장은 후진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조기 불출마를 밝히게 됐다고 한다. 그의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유야 어찌됐건 큰 용기를 보였다는데 존경을 표하고 싶다. 4년 임기를 한참이나 앞두고, 또 자유한국당의 공천 향배가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그는 과감히 던질 줄 알고 포기할 줄 아는 결단을 보여 줬다.
수많은 고민과 잠 못 드는 고뇌가 있었겠지만 과감히 던진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결심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그의 고뇌에 찬 결심을 의심하게 만드는 몰지각한 일들이 일 어나며 최 시장의 진심의 빛을 바래게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 시장의 ‘노이즈마케팅’ 이란 말까지도 나온다.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으로 시민들의 반향을 일으키고 여론을 조성해 출마 번복을 이끌어 내 상품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는 웃지못할 드라마까지 생성되고 있다.
최 시장의 불출마를 번복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생소한 단체의 명의로 경주 거리에 도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유령단체라 부른다. 간혹 우리가 알 수 있는 단체의 이름으로 걸린 현수막도 있지만 대다수의 현수막이 듣도 보도 못한 단체에서 내 건 것이다.
이래서 ‘노이즈마케팅’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최 시장의 큰 결심에 빛을 바래게 하고 있다. 누가, 무엇 때문에 그런 현수막을 내 걸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행동들이 절대 최 시장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 최 시장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며 수혜를 입은 자들이 그 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유령단체(?)가 내건 현수막의 배경에는 단순히 의리로 채워지지 않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러한 계산이 최 시장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는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최 시장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선언한 불출마를 번복할리야 없겠지만 충분히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가 7년 동안 가까이에서 보아온 최 시장은 권모술수에 능하거나, 야비한 수단과 방법으로 무언가를 취해보려는 소인배가 아니다.
우리는 8년간 경주시를 이끌어 온 그의 공과를 높이 평가해야 하며, 떠나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원로로서 지역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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