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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모함을 받았다, 억울해 하지마라!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03일(월) 15:38

↑↑ 한계령 풀(신라문화진흥원 야생화답사팀 백태순 촬영) 우리나라 중북부지방에 분포하며, 설악 산 오색계곡의 한계령 능선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므로 ‘한계령 풀’이라고 불린다. ‘메감자’ 라고도 한다
ⓒ 황성신문
[삼국사기] 열전에 ‘실혜(實兮)는 신라 진평왕 때 궁궐 내 왕실의 행정을 담당하였는데,성격이 강직하여 의로운 것이 아닌것에는 굽히지 않았다.’고 기록되어있다. 그때 진제(珍堤)라는 사람은 그 사람됨이 아첨을 잘하여 왕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비록 실혜와 동료로 있었으나 일을 함에 있어서는 서로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있었고 그럴 때면 실혜는 정의를 지켜 구차스럽게 하지 않았다.

 진제가 이를 질투하고 원한을 품어 왕에게 여러 차례 실혜를 헐뜯어 없는 죄를 있는 것처럼꾸며서 말하기를 ‘실혜는 지혜가 없고 담력만 있어 기뻐하고 성냄이 급하여 비록 대왕의 말이라도 그 뜻에 안 맞으면 분함을 누르지 못하니 만약 이를 징계하여 다스리지 않으면 장차 난을 일으킬 것 입니다. 어찌 지방으로 좌천시키지 않습니까? 그가 굴복함을 기다려 후에 등용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그렇게 여겨 영림(죽령 밖이라 하여 변방지역)의 관리로 좌천시켰다.

 어느 사람이 실혜에게 ‘자네는 할아버지 때로부터 충성을 다하였고 재상이 될 만한 자질이 세상에 소문났는데 지금 아첨하는 신하에게 헐뜯어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훼방을 받아 영림 밖 후미진 시골의 먼 벼슬로 가게 되었으니 또한 통탄할 일이 아닌가? 어찌 직언으로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실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옛날 굴원(屈原)은 의롭고 곧았으나 초나라에서 배척되어 귀양 갔으며, 이사(李斯)는 충성을 다하였으나 진(秦)나라에서 극형을 받았다. 아첨하는 신하가 임금을 미혹하게 하고 충성스러운 자가 배척을 받는 것은 옛날도 그러했거늘 어찌 족히 슬퍼하랴?’ 그는 결국 아무 말 하지 않고 좌천을 받아들이고는 영림으로 가 자신의 뜻을 장가(長歌)로 표현하였다.

 실혜가 언급한 ‘굴원’과 ‘이사’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역사에서 잊혀질 수없는 인물들이다. 그들 삶의 방향은 각기 달랐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동일하게 주변의 모략을 받아 버림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굴원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좌상(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과 외교를 맡아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 노력하였지만 시기와 질투로 인해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그는 변방에서 초나라가 멸망한 상황을 한탄하며 분노와 슬픔으로 멱라수에 돌을 끌어 앉고강에 투신하여 죽었다.

 이사 또한 중국역사상 최초의 통일제국이었던 진나라가 기틀을 잡고 나가는데 있어 진시황에게 뛰어난 지략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시대의 사명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지만 개인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통일제국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그 자신도 자기가 만든 가혹한 형벌에 의해처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후세의 사람들은 동일한 죽음이었지만 그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이라 하여 후세의 사람들은 굴원이 멱라수 어부들과의 대화를 주제로 쓴 명문장‘어부사’와 조정에서 밀려난 억울한 심사를 읊은‘이소’를 통해 지금도 이날을 중국문학의 날로 기려오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멱라수에 투신한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한 풍습도 전해져오고 있다. 그에 반해 이사는 매우 뛰어난 정치적 능력과 통일제국 진나라의 기틀을 잡는데 있어 전략을 갖고 있던 정치가였지만 그는 명리를 따랐고, 이익앞에 의리를 잊은 인물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이사가 더 존경스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스승 순자가 제자 이사에게 진나라로 출사하려고하는 이유를 물으니, 이사가 자신의 생각과관점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대답한다. ‘진나라는 지금 가장 강력하고 또 뛰어난 왕이 있어 중국을 통일 할만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이 세상을살면서 비천함이 가장 큰 수치요, 곤궁함이 가장큰 슬픔입니다. 빈곤하고 비천함에 처하면 세상사람들이 비웃습니다. 명리를 따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배운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진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이에 스승순자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이 이사를 떠나보냈다고 전한다.오늘날의 우리들도 세상을 살면서 실혜, 실혜를 모함한 진제, 진제의 말을 들은 진평왕과 같은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때때로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일들을 피할 수 없다면 실혜처럼 그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가고싶다. 그러나 또 이사의 길을 가고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불혹의 나이가 다 지나가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두 갈래 길 앞에 서성이고 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양희은의 한계령 노래가사처럼 바람처럼 살고 싶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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