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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김일손의 사초가 실리지 않으면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28일(월) 14:49

ⓒ 황성신문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불행한 죽음이 없었다면 비범하기까지는 못해도 평범한 군주는 되었을지 모른다. 그가 즉위초에 전국의 모든 도(道)에 어사를 파견하여 지방관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백성들의 고초를 살핀 일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그에게 현군(賢君)의 자질이 부족함은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나기 전 4년 재위기간 내내 사림파와 긴장관계를 조성한 것에서 짐작 할 수 있다.

 재위초반은 겉으로는 성종이 다져놓은 유교정치체제, 평화로운 문치주의가 계속된 시기처럼 보인지만 사림파와 훈구파가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었고, 이 두 세력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연산군에게 주어진 최대의 정치과제였다. 사림파가 훈구파를 공격하는 이유에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훈구파를 제거대상으로 본 까닭도 있었지만 이들의 직책이 간쟁을 임무로하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삼사(三司) 소속인 까닭도 있었다.특히, 통틀어 다섯명 밖에 안되는 사관원 언관(言官)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 이었다. 이들에게는 공무중은 물론 금주령기간에도 구애받지않고 공공연히 술을 먹어도 되는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그 이유는 [필원잡기]에 따르면 이들은 왕의 잘못을 들춰내어 바로잡는 어려운 일을 맡고 있었으므로 평소에도 이렇게 기개를 꺾지 말고 키워두어야 자신의 직위와 생명을 걸고 왕에게 직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기관의 주요한 임무는 예나 지금이나 올바른 정보를 취재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사림파가 장악한 삼사는 현재의 언론보다 훨씬 강경했다. 이들은 부정한 현실과 타협하기를 거부하는 성리학을 신봉하는 사상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산군이 사림파에 호의적이지 않음을 확인한 훈구파는 사림파를 쓸어버릴 기회를 노리고 무오사화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발단의 계기는 [성종실록]을 펴내기 위한 사국(史局)을 열면서 부터였다. 사화의 당사자인 김일손은 기사관(記事官)이었으며 이극돈은 실록청당상관이었다. 이극돈은 김일손에게 자신이 세조때 불경을 외웠다는 것과 전라도관찰사 재임시 국상(國喪)이 있었음에도 장흥 관기들을 불러 주연을 베푼 것을 실록에 기록되지 않도록 부탁하였다. 그러나 김일손은 이를 거절하였고, 이에 이극돈은 실록청 당상인 윤효순과 짜고 이 사초의 담당관인 성중엄에게 김일손의 사초를 [성종실록]에 싣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다. 자신에게 불리한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 간부나 편집 데스크에 압력을 넣는 오늘날 일부 정치가와 관료, 또는 재벌들의 행태와 마찬가지의 언론 탄압이었다.

 실록청 당상들이 담당관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을 알게 된 사림파 이목 역시 실록 편찬에 참여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담당관인 성중엄에게 ‘만약 김일손의 사초가 실리지 않으면 실리지 않은 그 사실 자체를 실록에 기록하겠다.’ 라고 하였다. 이에 훈구파에서는 이극돈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판단하고 김일손의 스승인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문제 삼으면서 사림파의 입 자체를 싫어하는 연산군에 의해 사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펜은 문화의 시기에는 강력한 존재이지만 칼이 힘을 갖는 무력의 시기에는 덧없이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시대의 권력자이든 민중들의 뜻을 전달하는 언론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입맛에 맞는 언론만을 호식(好食)만 한다면 그게 임금이든 누구든 세끼 밥을 축내는 삼식(三食)이 밖에 더 되겠는가? 연산군은 삼사를 포함한 신하 전체를 길들이려는 시도는 중종반정으로 인하여 처참한 실패로 끝을 맺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산(茶山)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1집의 탕론(湯論)에서 말한 것처럼 백성들에게는 ‘부당한 군주를 백성의 힘으로추방할 수 있다.’는 혁명권(革命權)이 있음을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기억하기를 바란다.

문화유산 둘러보기 : (사)신라문화진흥원 부이사장 김호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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