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황성신문 | 유 네 스 코(UNESCO)는 인류가 지닌 문화재를 유산 개념으로 인식하여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 을 체결하면서 이를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유산’의 세 가지로 의미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높게 인식해 왔고 상대적으로 자연유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유산은 오랜 세월동안 문화유산에 비하면 당국으로부터 소외되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자연유산이 문화재 내에서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비좁은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화유산헌장은 문화유산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자연유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은 인간을 품고 있는 인류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연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앞으로는 새롭게 인식하고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여 자연과 인간이 잘어우러져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자연유산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서 훼손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무분별한 간섭과 훼손으로 빠른 속도로 손상되고 파손된다는 현실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연유산에 대해 관심이 낮고 소중한 자연유산은 지역발전을 위한 개발 논리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어 훼손위기에 항상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도 지하에 감추어진 상태로 보호되어왔기 때문에 보존이 가능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경주 양남의 ‘부채꼴 주상절리’도 군사지역에 속하여 감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잘 보존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자연유산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하며, 그것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상징될 수 있다.
첫째, 자연유산은 자연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형성된 자연의 기념물이며, 그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신앙의 대상물로 여겨져 왔다.
둘째, 우리의 자연유산은 우리 민족의 생활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쳐 왔으며 민족 사상과 정신 그리고 문화의 모태가 되어 왔다. 그리하여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고 더불어 사는 자연관을 창조하였고, 우리 문화를 표현하는 원초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셋째, 자연유산은 대부분 향토적인 대표성을 지녀, 민속 설화나 유래 및 영성을 지닌 지역민들의 상징물 내지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
넷째, 자연유산은 수만 년, 수억 년의 긴 세월동안 지구의 생성과 발전을 밝혀 주는 역사의 증거물이자 자연사의 귀중한 자료로서, 수천 년에 걸쳐 우리 민족 내지 지역민의 생활과 문화를 창조하는 터전이 되어 왔다.
다섯째, 이 땅의 자연유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적인 상징물이나 대상물이며, 문화적 의미와 함께 과학적인 의미로서도 높은 학술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자연유산 보존은 원형 유지를 기본으로 하며,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되살릴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또한 자연유산은 주변 환경의 조성 여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보전관리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연유산의 활용방안으로서는 첫째, 역사문화적으로 유서깊은 옛길정비를 통해 역사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 둘째, 전국 명승을 대상으로 권역별 테마, 유형별 탐방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셋째, 치수와 경관개선을 위해 전통적으로 조성된 마을 숲 원형 복원과 노거수를 찾아서 보호한다. 넷째, 사라져 가고 있는 자연유산 민속행사발굴, 재현을 통해서 보존, 계승한다. 다섯째, 우수한 생태보전 대상지를 이용하여 생태관광 및현장교육중심 센터로 활용한다.
흔히 경주는 역사문화유적으로 이루어진 문화유산의 도시라고 알고 있지만 자연유산도 수 없이 많다. 천연기념물(식물) 3건, 경상북도기념물(식물) 2건,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 119그루, 지정받지 못한 마을 숲과 노거수가 약 100여 곳이된다.
또한 주변의 하천이나 연못 및 수림지를 포함한 생태경관지의 숫자를 합하면 경주가 전국에서도 으뜸가는 자연유산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연유산은 생태관광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유산이다. 우리 모두가 문화재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은 물론이고 문화유산에 못지않게 자연유산에 대해서도 새로운 성찰과 관심을 갖고 잘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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