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황성신문 | | 벌써 새해 들어서 24절기 중의 하나인 입춘이 지나고 또 우수(雨水)와 경칩이 지났다.‘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뜻으로 우수의 성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아내리고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봄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저만치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낮의 기온이 제법 올라 쑥, 달래, 냉이, 씀바귀, 민들레 등 향긋한 봄나물 재료들이 재래시장 노점 좌판 소쿠리에서 봄내음을 폴폴 풍기고 있었다.
봄철이 오면 입맛을 돋워 줄 새롭고 산뜻한 봄나물 음식을 찾게 마련이다.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 조절에는 봄철의 햇나물이 제격이라 한다.
쑥은 사실 지천에 깔려 있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쑥을 볼 수 있다. 쑥쑥 잘 자라서 쑥이다. 2∼3월경에 새로 돋아 나오는 쑥을 뜯어다 국을 끓이면 봄철에 잃어버리기 쉬운 입맛을 돋우어 준다. 쑥에는 쌉쌀한 맛이 있어 봄철 한때의 미각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달래는 무쳐서 먹거나 된장찌개에 잘게 썰어 넣으면 향이 좋고 봄맛을 느끼며 훨씬 맛있다고 한다. 냉이는 논밭의 둑이나 들판에서 잘 자라며 ‘나생이’ 또는 ‘나숭개’라고도 하는데 살짝 데쳐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 봄의 입맛을 살릴 수 있다.
씀바귀잎과 어린순은 무치거나 쌈으로 먹고, 김치를 담근다. 데쳐서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치고, 뿌리째 캐서 장아찌를 담기도 하는데 입맛을 돋워줘서 봄나물로 즐겨 먹는다.
민들레의 생잎은 깨끗이 씻어 쌈을 싸먹거나 생즙을 내어 먹어도 좋다. 민들레의 뿌리는 가을이나 봄에 캐서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장아찌나 김치를 담가 만들어 먹는다.
봄나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봄을 알리는 꽃소식이 들려온다. 복을 불러 오고 장수와 부유, 행복을 상징하는 복수초가 피었단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각처의 숲 속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으로 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늦겨울에서 이른 봄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고 하는 야생화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 매화는 다른 꽃들이 미처 피기도 전에 먼저 피어나서 봄소식을 먼저 알려 준다. 매화는 창연한 고전미가 있고 말할 수 없이 청고하여 가장 동양적인 인상을 주는 꽃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아 정원에 흔히 심어졌고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였다. 통도사 홍매화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남녘의 섬지방에서는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여 장관이라고 한다. 겨울꽃 중의 하나인 동백꽃은 다섯 장의 빨간 꽃잎에 노란빛의 수술이 한 움큼 들어차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며 여느 꽃처럼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째로 툭 떨어진다. 우리나라 토종 동백은 모두 홑꽃이며, 여러 겹으로 피는 것들은 거의가 일본 동백이다. 거제의 지심도와 공곶이, 여수 오동도 및 고창 선운사의 동백은 일품이다.
봄나물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고 봄꽃 구경이 좋은 줄 알지만 바쁜 일상에서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고, 여기저기 꽃이 만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추운 것에 못 견뎌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렇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켜고 봄나물과 봄꽃을 찾아 봄맞이를 떠나 보자. 멀리 가지 않고 오래 머물지 않더라도 나의 삶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한 스님이 봄을 찾아 짚신이 다 닳도록 헤맸으나 봄은 끝내 찾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오니 뜰 한편에 핀 매화를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행복과 깨달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봄은 우리 곁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추운 겨울 동안에 닫아 놓았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새봄을 맞이하자. 봄이 오는 길목에서 그동안 마음 속에 짐이 되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새롭게 희망차게 시작하자.
신경주지역개발(주) 대표이사/조경학박사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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