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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초(九德草)의 의미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27일(월) 15:07

ⓒ 황성신문
도시의 보도 불럭 사이에 이리저리 채이면서도 돋아나고, 시골의 농로에 경운기 바퀴에 짓눌리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노란 꽃을 얌전하게 피우는 식물이 바로 민들레이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들판이나 밭에 자라는 잡초 중의 하나이며, 안질방이 앉은뱅이 무슨둘레 포공영(蒲公英) 등으로 불리어왔다.

민들레꽃은 그 전체가 하나의 꽃이 아니라 200여개의 낱꽃이 모여 이루어진 꽃이다. 바깥쪽에서 안쪽을 향해 차례로 매일 조금씩 피며, 오전 중에 햇빛을 받고 벌어졌다가 일몰과 더불어 닫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은 빛에 따른 감광성(感光性)이라 할 수 있다.

꽃이 지면서 씨가 익는데, 가벼운 흰 갓털(冠毛)이 있어서 바람에 잘 날리어 멀리 퍼진다. 어릴 때 홀씨 줄기를 꺾어서 입으로 불어 누가 멀리 날려 보내는지 서로 시합하며 놀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민들레의 뿌리는 하나로 된 굵고 곧은 부분인 원뿌리와 수염같은 겉뿌리로 되어 있으며, 원뿌리는 땅속 1m 까지 깊게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겨울을 나기 위하여 가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뿌리에 영양분을 많이 저장하기 때문에 이른 봄에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뿌리를 기름에 튀기면 좋은 영양식품이 된다. 또한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이용하는 식물이며, 농가의 양봉용으로도 매우 좋은 풀이다. 민들레는 하찮은 들풀이지만 우리에게는 유용한 식물자원이라 할 수 있다.

봄에 노오랗게 피었던 민들레꽃 홀씨가 바람에 흩날리며 내년에 다시 피어날 것을 기약하며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옛부터 민들레를 다른 이름으로 구덕초(九德草)라 불렀다. 이것은 민들레가 사람들이 좋아하며 따르는 아홉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하여 부른 이름이다. 그래서 옛날 서당의 훈장은 마당에 민들레를 심어 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면서 인성을 닦게 하였으며, 항상 9덕을 외우게 하였다고 한다.

민들레가 수 없는 밟힘과 모진 환경을 이겨내고 피어난다는 것이 1(一德)이다. 씨가 바람에 날리어 높은 바위나 기와 지붕 틈새이건 간에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만다. 뿌리를 캐어 오랫동안 햇볕에 노출시킨 후에 심어도 싹이 돋고, 뿌리를 토막 내어 심어도 억척같이 살아나고 마는 가공할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이 2(二德)이다. 이와 같이 역경의 인생에 교훈을 주는 것이 민들레이다.

민들레꽃은 한 뿌리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데 동시에 피는 법이 없고 한 송이가 지면 또 한 송이가 피며, 200여개의 낱꽃이 모여 이루어진 꽃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을 향해 차례로 조금씩 피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를 닮은 것이 3(三德)이다. 또한 오전 중에 햇볕을 받고 벌어졌다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일몰과 더불어 닫는 성질은 명암의 천기를 알아 선악(善惡)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 4(四德)이다.

민들레꽃은 꿀이 많아서 산 너머 바다 건너서 까지 벌들이 찾아 온다고 하니 정이 많다는 것이 5(五德)이다. 또한 새벽 먼동이 트면서 다른 어느 꽃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근면함이 6(六德)이다. 그래서 농부들이 일어날 시간에 맞춰 꽃이 핀다고 하여󰡐농부의 시계󰡑라고 서양 사람들이 민들레의 별명을 붙여 놓았다.

민들레 홀씨가 갓털을 쓰고 제각기 의존할 데 없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자수성가하여 일가를 이루니 이것이 7(七德)이다. 민들레의 잎이나 줄기를 뜯으면 흰 즙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바르면 기미를 없애고 종기를 낫게 하니 그 인()8(八德)이다.

민들레는 겨울을 나기 위하여 뿌리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여 이른 봄에 나오는 잎에도 공급하게 된다. 어린 잎은 삶아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기름에 튀겨서도 먹는다. 서양에서도 샐러드로 만들어 먹었으며, 그 유즙을 커피나 와인, 맥주에 타서 쓴맛을 더하게 하여 마셨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들을 위해서 공헌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9(九德)이라고 한다.

하찮은 잡초에 불과한 민들레를 예리한 안목으로 관찰하여 교육에 접목시킨 선인들의 지혜로움에 감탄을 자아낸다. 봄철에 노란 물결의 꽃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서 각 학교에 구덕초정원을 만들어 구덕(九德)의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신경주지역개발(주) 대표이사/조경학박사)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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