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경주경찰서 경감 박 종 목 | ⓒ 황성신문 | 며칠 전 대학생을 둔 학부모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저녁에 친구들과 술을 겸한 모임이 있는데 술을 못 먹는 자녀가 술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되니 가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객지에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이 이해돼 퇴근하지 않고 있다가 식당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그 뜻을 전달하고 과음 자제를 부탁했다.
돌이켜 보면 세계에서 우리만큼 술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민족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예로부터 각종 제천 행사에서 술과 풍류를 즐겼을 뿐 아니라 술의 제조기술도 뛰어나 당나라의 시인 이상은은 “한 잔 신라주의 기운이 새벽바람에 쉽게 사라질까 두렵구나” 라고 노래해 우리 술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상들의 풍류를 이어받아서인지 요즘 대학 앞 식당가는 밤마다 젊음이 넘친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과하면 넘치는 법, 학생들의 과도한 음주와 더불어 밤새워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관들의 야간근무도 한결 힘들어졌다.
아직 술에 익숙치 않아 인사불성이거나 새벽까지 마신 술에 집을 찾지 못해 헤매이고, 사소한 일에도 주먹다짐을 벌이는 등 출동원인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술기운을 주체하지 못한 일부는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파출소를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일도 있다. 대부분 다음날 술이 깨면 사과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공무집행방해나 관공서주취소란으로 입건돼 일장춘몽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시의 그들은 알지 못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비정상의 관행을 정상화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그 일환으로 비정상적인 음주문화의 정상화도 꼭 이루어져야겠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사망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겠고, 젊은 날 일순간의 실수가 범죄로 돼 평생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일이다.
술을 약주라 하여 즐기면서도 계영배를 만들어 과음을 경계한 조상들의 깊은 뜻을 헤아려 술 문화에 있어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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