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인향 천 리 문향 만 리”- 이영백 수필가 | ⓒ 황성신문 | 토함산(吐含山)은 토·일요일, 공휴일이 되면 모든 등산하는 사람을 포용하고, 또 동해안의 구름을 모두 머금어서 토해 냈다. 요즘은 등산을 일상처럼 젊은이, 나이든 이, 남·여 모두가 등산을 좋아했다. 유산소 운동으로 국민체위향상을 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다.
|  | | ⓒ 황성신문 | | 내 고향, 경주 불국사 자랑스러움이 곧 입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 했다. 나도 정든 직장을 퇴직하고 대구에서 지인들과 함께 경주 코오롱호텔 마당에 차를 세우고 토함산 등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인은 고등학교 체육교사 G이고, 한 분은 기능직으로 퇴직한 K씨고, 또 한 분은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일상 직업을 갖고 있는 H씨 이었다.
“L선생! 와 여기 차 세우라고 하는데?”
“왜냐고요. 내가 고향 와서 번데기 주름 잡을라 카면 모르던 곳으로 등산 가야 할 거 아잉교?”
“맞다. 맞아. 고향사람이 그걸 모를까? 두고 보라며.”
체육교사 G는 맞장구도 잘 치고 있었다.
“그냥 자동차 타고 불국사를 지나 서른 세 굽이를 돌아 불국사 석굴암 통일 대종각 앞 주차장에 가면 토함산을 15분이면 올라간다 아이가? 그러면 너무 싱겁지. 여기 코오롱호텔 주차장에 주차해 두고 그래도 등산이라면 경사도 있고, 4∼50분은 걸어야 토함산 등산 잘 했다는 맛이 나제. 그렇다고 이 나이에 등산 전문가들이 가는 곳으로는 못가고 말이다.”
“그래. 맞네. L선생! 고향 와서 지 맘대로 하이소?”
그러자 이내 H씨가 풀이 죽어 버렸다. 토함산을 오르는 방법이 너 댓 가지나 됐다. 처음에 얘기했던 대로 통일 대종각 앞에 차 세우고 15분 만에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두 번째로 젊은 힘이 있는 사람들로서 보문 요즘 신라뉴밀레니엄파크 곁 보문 삼거리에서 오랜 시간 등산을 해야 하는 코스가 있다. 또 관해동(觀海洞) 추령으로 가서 백년 찻집을 지나 1시간을 등산해 가파른 곳으로 올라 땀내는 코스도 있다. 이제 저 멀리 외동 동대봉산에서 산마루로 올라 긴 시간을 등산하는 등산가 코스가 있다. 이제 우리가 올라가려는 코스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다.
코롱호텔 좌측 뒷동네를 따라 마동(馬洞) 탑골마을 곁으로 지긋이 올라가는 코스였다. 물론 여기도 사람들이 일부는 등산을 해서 길이 나 있었다. 고향에 와서 남이 잘 다니지 않는 코스를 택해야 고향 사는 보너스라도 드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해서였다.
시대가 시대인 만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바뀌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웃과 동료를 잘 만나서 1주일에 한 번 정도 대구, 청도, 경주근교의 산으로 등반을 하고 있다. 벌써 등산을 다닌 지도 몇 년이 됐다. 단석산, 오봉산, 도덕산, 자옥산, 마석산 등을 자주 다녀 보았고, 오늘 고향 토함산을 이제 오르고 있다.
코오롱호텔 뒷길에서 탑골마을 길을 오르자 바로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갔다. 간혹 호로록~쪽쪽 산새가 울고 있었다. 저 아래 골짜기에는 낯선 우리가 찾아온다고 산골 물이 모아 모아서 졸졸졸 호절 곤히 노래를 들려주었다. 어느 듯 조금 비탈진 길이 끝나고 양편으로 전나무들이 우리를 맞아 주고서 이마에 흘린 땀을 식혀 주었다. 언젠가 ‘태풍 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토함산 얼굴에 이르러 토함산 정상이 바로 앞임을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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